금산사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 조계종 제17교구 본사
사찰기행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금산면 모악산(母岳山)
백제 법왕 원년(599년) 창건, 통일신라 진표율사 중창
조계종 제17교구 본사, 미륵전(국보 제62호)은 국내 유일의 3층 통층 법당
남은 시간이 얼마 없겠지. 조급한 마음에 육체적 피로를 무시한 채 길을 떠났다.
서울/경기/충청권에서 아직 방문하지 않은 마지막 교구본사, 김제 모악산 금산사로 출발했다.
김제의 특산물은 대추와 한우라고 했다. 그런데 점심 먹을 식당을 찾다 보니 뜻밖에도 낚지볶음이 유명하다는 걸 알게 됐다.
촌집의 낚지볶음이다.
2인분에 4만 원, 처음엔 다소 비싸다 싶었다. 밑반찬도 많았고 맛도 좋았는데, 특히 신선한 낚지를 매콤달콤하게 볶아낸 낚지볶음은 그릇을 비우고 나니 그 가격이 오히려 적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끝자락이었지만 날은 여전히 뜨거웠다. 해가 좀 더 기울 때까지 근처 카페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헤이, 그라운드.
요즘 지방의 카페들은 맛도 분위기도 서울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넓직한 공간과 빼어난 조경, 서울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여유다.




오후 4시쯤 금산사에 들어섰다. 습하고 뜨거운 날씨 탓에 티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을 지경이었다.

금산사의 국보, 미륵전이다.
한마디로 압도적이다. 겉으로는 3층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통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법당 안에, 무려 10미터가 넘는 미륵불상이 모셔져 있다. 밖에서는 그 하반신만 겨우 올려다볼 수 있을 뿐이다.



지난주 다녀온 법주사 팔상전처럼, 미륵전 역시 오랜 시간을 견뎌온 흔적이 역력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낡게 만들지만, 그 압력을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인간은 그런 감동을 줄 만큼의 시간을 버티지 못한다.


경내에서 스페인에서 온 관광객들과 짧은 인사를 나눴다. 이 건물이 1700년 전에 만들어진 걸 아느냐고, 주로 석재로 지어진 서양의 건축물과 달리, 동양의 고건축물은 나무로 지어진 경우가 많은데 그게 놀랍다고 했다. 남은 시간도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서로 빌어줬다.


대적광전이다.
무려 5구의 불상과 6구의 보살상이 나란히 모셔져 있었다. 모든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렇게 많은 부처님 앞에 앉아 있으려니, 똑바로 살지 못하는 중생을 측은하게, 또 어딘가 괘씸하게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방등계단과 나한전, 적멸보궁까지 여러 문화재를 둘러보는 사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륵전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잠시 쉬었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비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 그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김제에는 평야 한가운데 작은 서점이 하나 있다. 온 김에 들러보기로 했다.
오느른 책밭.
전직 PD가 만든 이 작은 서점은 “이렇게도 살아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김제를 찾는 이들의 필수 코스가 된 듯했다. 이런 서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마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남긴 메시지 하나하나에서도 긴 여운이 남았다.






삶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그저 시간을 견디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면 — 결국 마음이 가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답에 가까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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