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기

  • 위 전절제 환자의 저혈당 증세 대처법

    위 전절제 수술을 받고 나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바로 저혈당 증상이다. 밥을 먹었는데 왜 혈당이 떨어지는 걸까? 처음 겪으면 당황스럽고, 반복되면 두렵다. 나 역시 수술 후 4년이 지난 지금도 이 증상과 싸우고 있다. 왜 밥을 먹었는데 저혈당이 올까 위는 단순히 소화만 하는 기관이 아니다. 음식을 잠시 보관했다가 소장으로 천천히 내려보내는 조절 역할을 한다….

  • 9차 정기검진

    검사 시간이 오후로 잡혔다. 어젯저녁부터 거의 열여덟 시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배고픔도 목마름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이상하리만치 맑아졌고, 그 고요한 틈으로 답답함과 좌절과 허망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천천히, 그러나 절절하게 차올랐다. 얼마나 더 아프고, 얼마나 더 힘들어야 이 싸움이 끝날까. 주차를 하고 병동으로 향하는 길에 낯선 출입구를 발견했다. 새 길인가…

  • 테타니 증상으로 119

    무심하게도, 그리고 비참하고 애석하게도 다시 119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틀을 쉬고 이제야 상황을 정리해둔다. 4월 8일 오후, 모처럼 여유 시간이 생겨 산책 겸 사진 촬영을 위해 화성 행궁에 들렀다. 얼마 걷지도 않았고 무리한 일도 없는데 갑자기 왼쪽 종아리가 석고처럼 단단하게 경직되며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털썩 주저 앉았고 고통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종아리에 집중되는 통증을…

  • 8차 정기 검진

    11월 17일 8차 정기 검진이 있었습니다. 1년에 2번씩이니까 세번째의 암 수술을 받은 지 만 4년이 되어가나 봅니다. 혈액 검사, 흉부 엑스레이, 복부 CT,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 등등. 늘 하던 대로, 남들보다 훨씩 익숙하게, 검사를 받습니다. 상박을 묶고 주먹에 힘을 주었다가 폈다가 반복합니다. 팔꿈치 안쪽의 정맥에 주사 바늘이 들어가고 검붉은 정맥혈이 채혈보틀에 들어갑니다. 하나, 둘,…

  • 장염과의 싸움: 일주일의 회복 여정

    오랜만에 봉사 활동을 마치고 여유로운 대화를 즐긴 지난 주 일요일 저녁부터였다. 일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밥을 먹지 못했다. 밥 대신 죽을 먹으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먹는 둥 마는 둥 몇 숟가락 뜨다가 이내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일요일 밤에는 미열도 있고 설사가 반복되어 장염인가 자가 진단을 내렸다. 월요일에 증상이 악화돼 신열이 오르고 무력해졌다. 화요일에는 병원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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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 #소진 #쇠약 #평정 #아쉬움 #지루함

    며칠 전 아침 일찍 휴맥스빌리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있던 날, 옆에 섰던 동지와 잡담을 나누다 불쑥 속마음을 늘어놓게 됐다. “이만하면 다 산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대충은 해봤고” 말을 뱉어놓고 아차 싶었는데, 그가 갑작스런 사랑 고백을 들은 것처럼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직 재밌는 게 많을껄요” 삶이 고통이라는 부처의 진리를 깨닫지는 못했지만…

  • 짧은 삶, 긴 그림자: 사슴벌레와의 철학적 조우

    2023년 6월, 회사 게시판에서 우연히 사슴벌레 한 쌍을 데려왔다. 그렇게 내 일상에 작은 식구가 생겼다. 인터넷을 뒤져 플라스틱 사육장과 톱밥, 놀이목을 들였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도 이왕이면 좋은 걸 해주고 싶었다. 작은 생명이라도 곁에 들이려면 괜히 그렇게 되는 모양이다. 습도를 맞추려고 하루 한 번 스프레이로 사육장 안을 적셔주었고, 햇볕이 들지 않는 책상 아래에 자리를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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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0월 22일 오후 3시 15분

    문자 메세지를 전해 받고 나는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 없어 당황했다. 유쾌했고 똑똑했고 치열했고 거칠 것이 없던 친구였다. 그에게서 나는 장정일과 조지 윈스턴을 배웠고 재수를 해서 같은 학번의 동기였지만 언제나 선배 같다고 느꼈다. 올 봄에 시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초여름에 찾아가 그 넉살좋은 미소와 유머를 봤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 병이 어떤 병인줄 아니까….

  • 5차 정기 검진

    6월 5일 정기 검진을 받았습니다. 6월 4일 밤 12시부터 시작된 금식 때문에 다음 날 검사 시간인 오후 3시까지 물도 마실 수 없었습니다. 목이 탔습니다. 충분한 시간 잤는데도 아침부터 졸립니다. 몸은 무겁고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병원은, 낯익은 병원은 언제나 사람을 주눅들게 만듭니다. 수납을 하고 검사지를 펼쳐 동선을 정하고 거리낌 없이 움직입니다. 얼마나 반복했으면 이렇게 훤할까. 채혈을…

  • 네번째 정기 검사 결과는 좋았습니다

    2021년 11월 8일 수술을 받고 6개월에 한번씩 추적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만으로 2년하고 한달이 지났고, 4번째의 정기 검사 결과는 다행히도 깨끗하게 나왔습니다. 암 환자들로 가득찬 암센터에 들어 가는 것으로도 마음이 무겁고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차분해지는 것도 같고 우울해지는 것도 같고 다시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도 같았습니다. 바코드를 읽혀서 도착을 체크하고 신장과 체중, 혈압을 측정하는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 정기 검진

    2023년을 마무리하는 정기 검진이 있었습니다. 혈액 검사, 엑스레이, CT, 내시경까지. CT와 내시경 모두 금식이 필요한데 같은 날로 잡으려다보니 내시경이 오후 1시 50분, CT가 오후 3시 40분으로 잡혔습니다. 덕분에 어제 밤 12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습니다. 배고픔 같은 거야 얼마든지 견질 수 있는데, 이상하게 혈압이 낮게 나와서 검사가 좀 힘들었습니다. 두번을 측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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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에게

    지난 주 네가 전해준 의외의 소식은 주말 내내 나를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다. 작년 언젠가 논현역 어디쯤을 나란히 걷던 기억. 동남아시아 IT 인력의 효율성과 조선일보에 나왔다던 서울 밤의 지나치게 밝은 조도 같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기억 말이야. 그리고 널 마중 나온 남편과 조카들. 특히 조카들의 밝은 표정과 눈빛에서 네가 얼마나 좋은 엄마일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