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겨울 하루

홍성, 겨울 하루

살기 좋다는 홍성. 겨울의 끝자락, 마지막 날을 홍성에서 보냈다.

내포신도시는 생각보다 컸다. 잘 계획된 거리와 건물들을 보며 “오오”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신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고암 이응노, 뜻밖의 만남

이응노 기념관에서 엄청난 화가를 알게 됐다. 이름도 몰랐던 화가의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특히 1980년 5월 광주 소식을 듣고 그린 군상 연작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을 쳤다. 수묵과 문자, 형태를 넘나드는 그의 세계. 화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장날이었다. 홍성장은 1일과 6일에 서는 5일장. 12월 31일이니 당연히 장이 서야 하는데, 다음 날인 1월 1일이 본격적인 장날이라 이날은 크게 서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했다.

쇼핑센터는 녹이 슬었지만, 그 아래로 사람들의 활기가 넘쳤다.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모터들이 가득한 가게, 온갖 물건이 뒤섞인 좌판들. 수명을 다하고 스러지는 것들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모든 것이 공하다는 부처님 말씀부터, 지난해 세상을 떠난 친구 생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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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빵은 놓칠 수 없었다. 뜨거운 국화빵을 손에 쥐고 추운 장터를 걸었다.

충무집에서 먹은 칼국수와 국밥은 대만족이었다. 장날의 소박한 식사가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배를 채우고 따뜻해진 기분으로 홍주읍성에 들렀다.

홍주읍성은 충청도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가 나온 곳이었다. 성은 아담했지만, 그 안에 처참한 역사가 들어 있었다.

날은 차갑고, 눈 쌓인 계단 위로 오랜 성문이 들어왔다. 10년, 혹은 100년이 지난 후에도 누군가 이 자리에 서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계단을 오르고, 내려왔다. 한 해의 마지막 날, 홍성의 시간 속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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