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보내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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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보내실 곳

후배 S의 부친상

일년에 한번 볼까 말까 뜸한 사이지만 마음은 그보다 훨씬 가까운 후배에게서 카톡이 날아왔다.

부친상, 일자, 고인, 빈소, 발인, 연락처

그리고 팬데믹으로 자연스레 따라붙은 계좌 번호에는 ‘마음 보내실 곳’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마음은 계좌 이체로도 보낼 수 있었구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 가보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들이 휴대폰을 통해 메신저를 통해 계좌 이체를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서울의 교통 체증을 감안해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광역 버스와 시내버스, 지하철. 오랜만의 외출이었고 봄 기운이 섞인 찬 공기가 마음을 밝게 만들어 줬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검정색 상복을 입고 피곤한 눈과 퀭한 얼굴의 상주가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정색이 삶의 기운을 일부 흡수한 듯 했다.

부친이 오년 넘는 투병생활을 겪는 동안 매우 힘들어 하셨다고 입을 떼었다. 파킨슨병. 움직일 수 없고 눈이 멀고 말을 할 수 없고 식사를 할 수 없었지만 그러면서도 정신은 멀쩡한 병. 자기 같았으면 못 견뎠을 거라고 했다.

나라도 그랬을 거야 라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대신 ‘당장 실감은 나지 않겠지만, 앞으로 네 삶의 여러 순간에 종종 아버지 생각이 날 것’이라고 경험을 이야기해줬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 기쁘고 행복한 순간, 아쉬운 순간. 불현듯 고맙다고 이야기할 것이고 불현듯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것이고 불현듯 보고 싶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죽음이 삶을 덮지 못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매시간 죽음을 향해 다가가지만 죽음 자체가 목표가 아닐 뿐더러 살면서 함께 했던 여러 관계와 경험과 시간이 이렇게 남은 사람들의 삶에 나타나니까.

돌아오는 지하철 역사에서 삶의 흔적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야채김밥과 참치 김밥을 먹고 찰옥수수도 맛있게 먹고, 더운 날엔 왕골 슬리퍼를 신고 선풍기를 들고 다닐 것이며 비오는 날엔 우산을 쓸 것이다.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기억이 일상에 슬며시 나타날 때에 아마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을 것이다.

마음 보내실 곳

광역 버스를 탔지만 서울 시내의 체증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길게 늘어선 차들의 빠알간 미등을 내려다 보며 내 삶도 이렇게 잠시 정체되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멈춰있는 지, 움직이는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슨 경치를 보는 지가 중요한 것이었다.

어느 새 버스는 고속도로에 들어서 전용 차선을 통해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차가 빨리 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더이상 경치를 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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