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남해 금산

올들어 처음으로 휴가를 내고 남해에 다녀왔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내가 이성복 시인을 처음 읽었던 것이 아마도 대학교 1학년이나 2학년 즈음 이었을 게다. 그 때 내게 ‘시’는 하나의 혁명이자 신세계였다. 기껏해야 윤동주나 박목월, 서정주 같은 교과서 시인들 밖에 모르던 내게 이성복이나 장정일, 황지우, 기형도, 김수영(아, 위대한 김수영), 고은, 김혜순, 김승희, 김지하, 김용택, 백석, 정지용 같은 시인들은 그야말로 별천지였고 꿀단지였다.
밤이나 낮이나 시집을 들척이며 가슴 설레였고 서점에 들러 시집을 사거나 도서관에서 시집을 빌리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런 시간이 한참 지나 제법 시를 안다 하는 즈음에, 돌 속에 묻고 싶었던 여자를 만나게 됐고 연애를 시작한 내게 이성복만큼 절절하게 다가온 시인은 없었다.
‘남해 금산’이 남쪽 바다 근처 어디라고만 생각했었고 언젠가 훌쩍 가 볼 줄 알았던 남해 금산을 찾기까지 무려 25년의 시간이 흘렀다.
연애를 끝내고 대학을 졸업하고 글을 쓰고 회사를 들어나고 나오고 들어가고 나오고…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일상에 침잠하면서 나의 남해금산은 그야말로 돌속에 갇혀있었다.
남해 금산
시간을 내서 찾아간 남해금산은 맘에 쏙 들었다. 바다와 산, 맑은 공기와 여유로운 시간들.

Similar Posts

  • 달을 보고 소원을 빈다.

    그에게서 문자 메세지. 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고. 내게 추석은, 그냥 휴일이다. 아직도 살아가는 일이 까칠까칠할 뿐이어서, 그런 정성이나 여유가 없는 탓이다. 만약 오늘 달을 보고 소원을 빈다면, 어머니와 그의 건강을 기원하겠다. 그뿐이다. 관련된 글: 戀 한국 남자 기억할만한 12월 13일 택일 & 웨딩플래너 웨딩 드레스를 입다 한복 맞추다. (생애 처음)…

  • 나의 환칭은… 사루만?

    출근 길에 김승희의 소설 ‘진흙 파이를 굽는 시간’을 읽었습니다. ‘조지아’라는 이름에 대해 거론하면서, 롤랑 바르트의 환칭(antonomasia)을 건드리고 넘어가더군요. (네이버 백과사전은 스펠링이 틀렸습니다. antonomasia가 맞습니다. 야후 백과사전도, 엠파스 백과사전도 스펠링이 틀리게 나옵니다. 흠…)어쨌건 그 대목에서 나의 환칭은 무엇일까를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사랑에 목숨을 걸지만 자존심과 자의식이 강하고, 속 마음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타인의 틈입을 쉽게 허락하지…

  •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는 체 게바라를 좋아한다. 20세기의 마지막 게릴라. 성공한 혁명에 안주하지 않고 죽음으로 끝나는 또다른 전투를 시작한 혁명에의 의지와 신념. 투철함과 명석함, 솔선수범의 태도. 물론 시가를 빼어문 넉넉한 미소와 턱수염도 좋아한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헌신하겠다. 나는 한국의 락밴드 들국화를 좋아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음악성. 내 청소년기를 위로해준 허스키한 목소리, 거친 가사와 긴 파마머리의 청년들. 나는…

  • 투명 책 꽂이

    related good : INVISIBLE BOOK SHELF from http://cribcandy.com/ 관련된 글: Wish List 대공개~ Nintendo Game Boy – $25,000 송소고택 흥, 이 정도 추위 쯤이야. MBA의 투자가치 나의 환칭은… 사루만? 바람난 명랑 소위와 중사, 누가 더 높을까?

  • 내 몸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다.

    자꾸 가라 앉는다.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맹렬하게 가라 앉는다. 수영 강습 받다가 마침내는 내 몸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다. 관련된 글: 아키유키의 6년. 강철의 연금술사 민주 노동당에 가입하다. 도깨비 스톰 + 서울시립미술관 26/100 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스 RSS 부분 공개의 2가지 이유 오나니 마스터 쿠로사와 (10/10) 사랑하는 아들들에게 보내는 첫번째 편지

  • 푸라 비다 Pura Vida

    Pure life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사말 뜻 : 인생은 좋은 것, 다 잘 될 거야, 아등바등하지 않고 고만고만한 것이 좋다 코스타리카 :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늘 첫손가락에 꼽히는 나라, 국토의 4분의 1이 국립공원인 나라, 평화와 인권이 국가브랜드가 된 나라. 코스타리카는 외침과 내전이 끊이지 않던 라틴아메리카 한가운데서 1948년 군대를 없앴고, 국방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