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생일에 받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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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형

    사촌동생의 돌잔치에 갔다가 오랜만에 H형을 만났다. H형과 나도 사촌 지간이지만, 내가 H형에게 갖고 있는 친밀감은 웬만한 형제 못지 않을 것 같다. H형은 내 유년의 기억 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그는 내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자전거의 펑크를 수리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참나무에서 장수벌레를 꺼내는 것도 알려주었지만 형은 내가 잠든 사이 그 장수벌레들을 몰래 풀어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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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형,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잘 지내. 그러면 좋겠어.

    “너, D 아니?” 내일 먹을 콩국수를 위해 불려 놓은 콩의 껍질을 까면서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물어 왔다. “D형? 알지, 왜?”“얼마 전에 죽었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 나이에 흔히 볼 수 없는 세련된 귀걸이와 옷차림에 내심 부러워 할만큼 날씬하고 센스있던 형의 갑작스런 죽음은 전혀 맥락이 닿질 않았다. “교통사고야?” “…아니, …자살로…” 어머니는 답하기 전에 한참의…

  • y에게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제 당신 생각을 좀 했습니다. 새해 인사도 못했는데 문자라도 보내야지 했다가 이런 저런 감상이 길어져 편지를 쓰게됐습니다. ‘살아 있는 게 좋구나’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 없이 높은 하늘, 뺨을 간지르는 바람의 부드러움, 차마 올려다 볼 수 없는 눈부신 햇살, 계절의 변화에 철두철미한 나무와 나뭇잎, 꽁꽁 얼어버린 호수, 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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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지 못하는 당신께

    매일 밤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해 결국은 방불을 켜고 침대에 양반다리로 앉고 마는 당신의 모습을 새벽마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배가 아파 화장실을 들락거릴 때도 있고, 음악을 듣다가 먼 과거로 빠져들기도 하고, 가끔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세어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당신의 불면증은 외로움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 지 확실하지 않은데 이렇게 회복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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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아들로부터 받은 첫번째 편지

    아침 출근 길에 받은 아들의 편지.겉에는 “아빠”라고 씌여있고, 밥풀로 봉했다. 편지지는 모 은행의 광고 전단지인듯 하다. 펼쳐보니 하트가, 감동적이다. 큰 아들 예준이는 매우 거친데, 한편 마음이 여리고 배려도 많고 섬세하다.할머니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아침 출근할 때마다 “아빠 사랑해” 포옹과 하이파이브와 뽀뽀를 잊지 않는 아들이다. 둘째 민준이는 쳐다보지 않을 때도 많은데 말이다.언젠가는 유치원 버스에서…

  • 예준이의 엄마 생일 선물은 “생일 축하 노래 10번”이다. 세번 불러…

    예준이의 엄마 생일 선물은 “생일 축하 노래 10번”이다. 세번 불러주었고 7번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힘들다고 한다. 관련된 글: 민준이가 양치하던(가지고 놀던) 칫솔을 양치컵에 넣어둔 것을 발견하고선 … 오늘 아침에도 제일 먼저 일어난 예준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린다. “배고… 밖은 아직도 깜깜한데 예준, 민준인 벌써 일어났다. 새벽 1시가 넘게까지… 예준이와의 전화 대화가 이제 제법 길게 가능하다. 묻는 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