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어머니께

요새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엄마가 지금보다 훨씬 건강했을 한 십년 쯤 전에
광양 매실 축제 가서 산책도 하고
지난 제주도 여행에서 그랬던 것처럼 갈치구이 같은 맛난 음식을 먹고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한라산에 온 식구가 도전해보고
가까운 베트남에 훌쩍 다녀오거나 먼 유럽을 오랜 동안 여행해보거나
그럴 껄 그랬다 싶은 아쉬움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저도 어머니도 그런게 쉽지만은 않은 때가 많으니까요.

어머니께

세번째의 수술을 마치고 나서는
제게 남은 시간이란 ‘지금’ 밖에 없습니다.

5년 후나 10년 후는 아예 없는 시간이고
6개월이나 1년 즈음도 현실감이 별로 없어 그렇게 가깝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오늘이나 내일을 좀더 재밌고 즐거운 시간으로 남기고 싶을 뿐이고
그런 단순한 마음은 이제 막 대청소를 끝낸 집처럼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홀가분합니다.
아마 칠십 몇번째의 생일을 맞는 기분도 이렇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인생이 일상의 경험으로 채워지는 것이고 그런 과정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을요.
이런 당연하지만 깨치기 어려운 이 비밀을 오래 전부터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더 특별하고 근사하고 재미있게 남은 시간들 채워보기로 해요.
그래야 내년에 덜 후회하고 덜 아쉬울 거에요.

언제나 믿음직한 어머니,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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