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생일에 받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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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체 게바라를 좋아한다. 20세기의 마지막 게릴라. 성공한 혁명에 안주하지 않고 죽음으로 끝나는 또다른 전투를 시작한 혁명에의 의지와 신념. 투철함과 명석함, 솔선수범의 태도. 물론 시가를 빼어문 넉넉한 미소와 턱수염도 좋아한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헌신하겠다. 나는 한국의 락밴드 들국화를 좋아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음악성. 내 청소년기를 위로해준 허스키한 목소리, 거친 가사와 긴 파마머리의 청년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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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에게

    지난 주 네가 전해준 의외의 소식은 주말 내내 나를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다. 작년 언젠가 논현역 어디쯤을 나란히 걷던 기억. 동남아시아 IT 인력의 효율성과 조선일보에 나왔다던 서울 밤의 지나치게 밝은 조도 같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기억 말이야. 그리고 널 마중 나온 남편과 조카들. 특히 조카들의 밝은 표정과 눈빛에서 네가 얼마나 좋은 엄마일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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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아들로부터 받은 첫번째 편지

    아침 출근 길에 받은 아들의 편지.겉에는 “아빠”라고 씌여있고, 밥풀로 봉했다. 편지지는 모 은행의 광고 전단지인듯 하다. 펼쳐보니 하트가, 감동적이다. 큰 아들 예준이는 매우 거친데, 한편 마음이 여리고 배려도 많고 섬세하다.할머니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아침 출근할 때마다 “아빠 사랑해” 포옹과 하이파이브와 뽀뽀를 잊지 않는 아들이다. 둘째 민준이는 쳐다보지 않을 때도 많은데 말이다.언젠가는 유치원 버스에서…

  • H님께

    회식을 먼저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미처 다 못한 말들이 맴돌았습니다. 제가 조금 더 건강했다면, 아니 술이라도 함께 마실 수 있었다면 마주 앉아 전했을 말들입니다. 임단투가 조합원을 조직화하기 좋은 시간이라는 제 말에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라고 되물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는 당신이 겪는 고통을 누구나 통과해야 할 관문쯤으로 여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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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지 못하는 당신께

    매일 밤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해 결국은 방불을 켜고 침대에 양반다리로 앉고 마는 당신의 모습을 새벽마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배가 아파 화장실을 들락거릴 때도 있고, 음악을 듣다가 먼 과거로 빠져들기도 하고, 가끔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세어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당신의 불면증은 외로움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 지 확실하지 않은데 이렇게 회복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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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첫번째 생일에 아빠가 보내는 편지

    나의 아들 예준아.이 편지가 네게 전하는 두번째 편지다. 첫번째 편지에서는 네가 제 철을 잊지 않고 꽃을 피우는 꽃나무가 되기를 희망했고 온전히 빛을 발하는 별이 되기를 희망했다.어쩌면 그것은 너무나 큰 소망일지도 모르겠다. 모쪼록 한 사람이 제자리를 찾아 일생을 살아내고 그 마지막 자리에서 일말의 후회도 남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을테니 말이다.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바람이란 결국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