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그러니까 24번째 제사가 있었다.

열심히 상을 차리고 먼 곳에서 숙부와 고모가 오시고 적당한 제례에 맞춰 술을 올리고 절을 하고 음복을 하면서, 나는 내내 사람을 기억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이 죽은 후의 장례식을 비롯한 모든 행사는 오히려 남아있는 사람들이 서로의 안전함을 되새기는 의식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매해 이 행사에서 나의 삶과 아버지의 삶을 비교하게 된다. 특히나 아이들이 커가는 이즈음에는 아버지로서 그와 내가 어떤 삶을 살았고 살고 있는지 비교하곤 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는 나와 내 동생, 그러니까 아들과 딸에게 무척 관대하셨다. 그리고 단 한번도 큰 소리를 내거나 화를 내거나 매를 때린 적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박하다.

아버지와 정겹게 논 기억은 없다. 아마 우리 세대 대개의 아버지가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 같은 아빠가 좋다고 하지만 나도 어떻게 해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지 잘 모르겠고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는 아닌 것 같다.

가장으로서의 아버지. 어찌되었든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제약이 있었지만 가장으로서 가지는 책임감에 충실했던 것 같고, 그가 중압감을 느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늘 생각하지만, 아버지와 소주 한잔을 못 나눈게 참 아쉽다. 대학에 들어가서 친구와 선배들과는 그렇게 많이 마시고 놀았으면서 정작 나는 아버지께는 술을 한잔 못 따라 드렸다.
지금이라면 이런 저런 얘기들을 참 길게 나눌 수 있었을 텐데.

Similar Posts

  • |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요즘이제 막 아빠가 되려는 요즘,나를 아빠라고 아버지라고 부를 아들이 태어나려는 요즘,내 마음 속에서 메아리치는 시가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김남주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아무리 아쉬워도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나지 못할 수 있다.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제각기 모두 제철을잊지 않을 것이다.내가 늘 찾은 별은혹 그 언제인가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밤처럼서로…

  • 5년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http://pr.naver.com/president_Roh  시간은 물처럼 흔적 없고, 그 속도는 빛과 같이 빠르더라.5년 전에도 나는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했었는데,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5년 후에는 찾을 수 있을까?언제나 그 자리에서 곧은 방향을 가르쳐 줄 수 있는, 북극성 같은 빛이 없는 세상이다. 관련된 글: 질문.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진 마징가 제로 vs. 암흑대장군 (9/10) 2014년 가장…

  • 차별에 관하여

    박노자 선생의 글, ‘인간답게 사는 방법 ‘을 읽다 보니 나는 차별에 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곱씹어 보게 된다.박선생의 글에 의하면, 니콜라이 티모페에프-레소프스키 라는 20세기 유전학을 연구하던 소련의 한 학자는 차별에 관하여 이런 규칙을 가지고 살았다고 한다.“청소부와 이야기하든 장관과 이야기하든 똑같이 대하기. 어조, 태도, 말이 주는 느낌으로라도 인간을 차별하면 절대 안됨”실로 투명한 삶의 지침이다.지행일치.아는 것과…

  • 소위와 중사, 누가 더 높을까?

    ‘빨간 겨드랑이 털 앤’님의 글, “어떻게 답변하시겠어요?“에 대한 트랙백입니다. [Q: 소위와 중사 중에 누가 높아요?]이 질문을 보고선 ‘뎅’하고 와닿는 뭔가가 있습니다. 중사 VS 소위 (또는 하사 VS 병장)의 이 기이한 암투의 흔적은 징병제 한국 군대의 계급 특수성에 관한 문제이면서 좀더 확장하자면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기형적인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억지스럽지만 철학적으로는 계급과 사회에 관한 사구체 논쟁의…

  • 결혼을 결심하다.

    happy ending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맘 먹고 Happy wedding 이라는 카테고리를 신설, 결혼에 관한 얘기들을 정리하기로 한다. 지난 8월 만난 그녀와 결혼을 하기로 맘 먹은 것은 무엇보다도 그녀가 날 편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소유가 아닐까 싶다. 결혼에 관한 철학.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주체가 하나가…

  • |

    26/100 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스

    야마오카 소이치 원작 ‘대망’을 요꼬야마 미쯔데루(바벨2세, 요술공주세리, 철인28호 등을 그렸다)가 만화로 옮겼다.좋은 만화다. 읽고 있노라면 일본 전국시대의 혼란과 암투, 음모와 지략, 배신, 정열과 의지 뭐 이런 거창한 느낌들이 생생히 전달되어 온다. 소설도 탐이 나지만, 읽다가 포기했다는 엄살을 너무 많이 들어서 쉽게 접근이 안된다. 관련된 글: 만화. 맛있는 관계. 사토루 모키무라 만화. 피바다 학생작품집 1 Aki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