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뉴월.김광규

오뉴월
김광규

우리가 만들어낸 게임보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장끼 우짖는 소리
꾀꼬리의 사랑 노래
뭉게구름 몇 군데를
연녹색으로 물들입니다
승부과 관계없이
산개구리 울어내는 뒷산으로
암내 난 고양이 밤새껏 쏘다니고
밤나무꽃 짙은 향내가
동정의 열기를 뿜어냅니다
환호와 야유와 한숨이 지나간 자리로
남지나해의 물먹은 회오리바람
북회귀선을 넘어 다가오는 소리
곳곳에 탐스럽게 버섯으로 돋아나고
돼지우리 근처 미나리꽝에서 맹꽁이들
짝 찾기에 소란스럽습니다
월드컵 축구 중계도 아랑곳없이
들판에서 온종일 땀 흘리는 보람으로
짙푸르게 우리의 여름이 익어갑니다
승리는 이렇게 조용히 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271_『처음 만나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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