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호. 김사인

비둘기호. 김사인

비둘기호. 김사인

비둘기호 / 김사인

여섯 살이어야 하는 나는 불안해 식은땀이 흘렀지.

도꾸리는 덥고 목은 따갑고

이가 움직이는지 어깻죽지가 가려웠다.

검표원들이 오고 아버지는 우겼네.

그들이 화를 내자 아버지는 사정했네.

땟국 섞인 땀을 흘리며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나는 오줌이 찔끔 나왔네.

커다란 여섯살짜리를 사람들은 웃었네.

대전역 출찰구 옆에 벌세워졌네.

해는 저물어가고

기찻길 쪽에서 매운바람은 오고

억울한 일을 당한 얼굴로

아버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는 눈을 보냈네.

섧고 비참해 현기증이 다 났네.

아버지가 사무실로 불려간 뒤

아버지가 맞는 상상을 하며

찬 시멘트 벽에 기대어 나는 울었네

발은 시리고 번화한 도회지 불빛이 더 차가웠네.

핼쑥해진 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어두운 역사를 빠져나갔네.

밤길 오십리를 더 가야 했지.

아버지는 젊은 서른여덟 막내아들 나는 홑 아홉 살

인생이 그런 것인 줄 그때는 몰랐네.

설 쇠고 올라오던 경부선 상행.

– 『어린 당나귀 곁에서』, (주)창비, 2015.

일찍 늙어 버린 아홉살의 설 풍경.

‘여섯살이어야 하는’ 나는 차표를 끊지 않았기 때문에 온통 불안해서 식은 땀을 흘리고 목과 어깨가 가렵고 오줌도 찔끔 나왔다. 사실 아홉살인 나의 삶이 비참하고 서럽고 억울하지만 인생이 이런 것인 줄 그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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