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6/100 내 생의 중력 (홍정선 강계숙 엮음)

시. 6/100 내 생의 중력 (홍정선 강계숙 엮음)

내 생의 중력10점
홍정선.강계숙 엮음/문학과지성사

강계숙의 해설이 명문이다. 작가의 숙명이자 권리이자 천형인 글쓰기, 더 좁혀서 시인이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고 깍아내는 시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길게 쓰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뭐랄까 평론가의 객관적인 입장이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한명의 독자가 느끼는 열정을 토로한 뉘앙스다. 현학적이고 다소 장황하지만 끌린다.

예민한 자의식은 섬세한 감수성의 동력이지만, 마르지 않는 괴로움의 원천이기도 하다. 제 것이면서도 다룰 수 없는 칼날이 되어 남과 나를 해치는 상처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치명적인 광기의 연원이 되어 불가항력의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몇몇의 시인들은 역시 명불허전이고 또 몇몇의 낯선 시인들은 그들의 시집을 뒤적이게 만들었고 또 몇몇의 시인들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그것은 편집자와의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 본다.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남몰래 이쪽 눈물로 적실 때
그 스며드는 것이 혹시 시일까.
(외로움과 눈물의 광휘여)
-광휘의 속삭임.정현종
 
지금
목마른 사자 한 마리 내 방 문 앞에 와 있다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남진우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내가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
오늘 하루 이 시간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은
저 바위가 서 있는 것과 나무 의자가 놓여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자미원 간다. 조용미
 
그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피를 나누어 가진 것이 아니라
똑같은 울음소리를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주저흔.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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