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속수무책 – 김경후

속수무책

김경후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척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독서중입니다, 속수무책


유쾌하다. 읽고 나서 나는 씨익하고 웃어버렸다.
“어쩌라고?”
나는 속수무책이지만, 그러는 너도 뾰족한 수는 없지 않냐는 시인의 물음, 총알 빗발치는 전쟁 중이거나 비둘기 날아다니는 태평한 시대에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깨달음.

나도, 너도, 우리도.
사실은 모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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