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이 갔다. 혼자서. 먼 집으로.

허수경이 갔다. 혼자서. 먼 집으로.


좋아하는, 존경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시인이었다. 그녀의 슬픈 웃음 소리 ‘킥킥’을 듣고나서부터 나는 그 발랄한 슬픔에 푹 빠졌다.
들춰보니, 몽생 취사하고, 불취불귀하여, 모든 게 흐릿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내 기억에 어느 여대의 교수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무언가 뒤섞인 뿌연 기억이었나 보다. 독일로 유학을 간 것도, 거기서 현지인 교수와 결혼을 한 것도, 암에 걸린 것도, 아무 것도 알 지 못했다.
지금 보니 누님이라도 불러도 좋을 나이였는데, 좋은 작가가 떠났다.
위암 말기를 선고(어째서 선고라는 표현을 쓰는 것인지 모르겠다)받고 오래 전 출간한 산문집을 다듬었다고 했다.
가는 길에 도서관에서 책을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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