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국, 그와 무관한 싱글 소설에 대한 단상

바나나의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를 하루 반만에 끝내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시작했다.

참고로 바나나 소설집의 후반부 몇작품은 매우 수준 낮은 작품들로 채워져서 시간낭비를 하는 느낌이 들 지경이었고, 글을 짜낸 티가 역력하여 글 쓴이와 읽는 이의 피곤함이 극에 달한다.

그 즈음에 소설 책도 음반처럼 싱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른바 싱글 소설소설 13여개가 8000원이니까, 그 10쪽짜리 소설은 하나에 620원 정도, 오호!
싱글 소설은 990원에 팔면 딱이다.

장편소설도 특징적인 부분을 싱글로 출간할 수 있다. 독자는 읽지 않을 책을 사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풀판사는 소설의 판매량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소설가다. 음악과 달리 장편 소설은 전체가 완성되어야 의미 있는 구조가 아닌가 말이다.
무엇보다도 싱글 소설은, 문학을 철저히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문학이 상품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는, 물론 별개다.
– 여기까지 싱글 소설에 대한 망상. 🙁

설국의 도입부는 매우 사실적이다. 옷깃을 여미고 싶을 정도로 찬바람이 부는 기찻간에 대한 묘사가 농밀하며, 천진한 게이샤를 얼르는 시마무라를 보자니 웃음이 절로 난다.
기대되는 작품.

Similar Posts

  • "That it is better 100 guilty persons …

    “That it is better 100 guilty persons should escape than that one innocent person should suffer, is a maxim that has been long and generally approved.”Benjamin Franklin 관련된 글: 만화. 피바다 학생작품집 1 Akiko Hatsu – 꿈 그리고 환상 허수경이 갔다. 혼자서. 먼 집으로. 그리움은 돌보다 무겁다. 강형철 철학이 있는 목공수업 정지돈, 금정연, 오한기, 이상우,…

  • 견디고 절망하는 모든 삶을 비추는 따스한 불빛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작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읽은 이야기들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결말과 따뜻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죠. 우리가 잠시도 참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열어보는 휴대폰 속 세상에는 한끼에 몇 십 만원을 아무렇지 않게 지불하는 화려하고 빛나는 과시적 일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은영 작가가 집중해서 바라보고 관찰한 일상은 그와 달리 온통…

  • 2025년 일본 도쿄 여행

    두 아들의 졸업 기념으로 셋이서 일본 여행을 하게 됐다. 둘째가 뜬금없이 일본에 가서 옷을 사야겠다고 말을 꺼냈고, 일정을 짜다가 큰아들도 함께 하게 됐다. 이렇게 셋이서 해외 여행은 처음이다. 같이 다녀오길 잘 했다 싶고, 일본 시내를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다 컸다 싶은 서운함도 좀 있다. 품을 떠나 제대로 서길 늘 바래왔지만 막상 언제라도 떠날…

  • 소설. 3/100 Double side A – 박민규

    더블 – 전2권 – 박민규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박민규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었다.2006년 핑퐁 이후 손대지 않은 그의 작품을 다시 여는 순간 나는 감동했다.“多感, 하소서”라는 의미 심장한 책 표지부터 시작하여 “나는 흡수한다/ 분열하고, 번식한다/ 그리고 언젠가/ 하나의 채널이 될 것이다”라는 서언을 필두로 그의 작품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경구로 가득하다. 죽음도… 저런 걸까? 행여 삶이란 허물을 벗고, 또다른 삶을 살아가는…

  • 10년 넘게 사용한 천리안, 마침내 해지하다.

    internet이 활성화되면서 사라진, telnet.web이 대중화면서 천리안(chollian.net)이라는 어려운 도메인은 chol.com 으로 줄어 들었고이제는 atdt01421 하는 복잡한 명령을 기억하는 사람도 몇 없으리라.AT, attention의 준말인 이 헤이즈 명령어들과 씨름한 게 몇년이던가.1200 bps의 속도부터 57,600bps의 속도까지 붙이고 고장내고 업그레이드한 모뎀은 몇개이며무엇보다 강렬한 자극이었던 삐삐비~ 슈아아아악~~ 하는 접속음,그 접속음을 없애주는 헤이즈 명령어 at s11=0 (maybe…)조금이라도 다운로드 속도를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 희랍어 시간. 한강

    세 번역이 모두 그르지 않은 것은, 고대 희랍인들에게 아름다움과 어려움과 고결함이 아직 분절되지 않은 관념이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었다. 말을 잃은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의 입맞춤은 세상의 끝에 있다는 거대한 폭포를 향하듯 위태하고 가엾다. 한강은,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말에 올라타 곡예를 하듯 아슬한 글을 쓴다. 그녀의 문학적 생명이 부디 길기를 바란다. 관련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