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4 제주도 가족여행

2004.4 제주도 가족여행

아직도 제주도에 가보지 못한 어머니를 위해, 가족여행을 떠났다.
어머니와 나, 동생과 매제, 조카.
이 5명의 여행경비를 잘난 척 하며 카드로 긁었다.
지금 생각하니 몹시 난감하다… ;(
———-
첫날.
오후 12시 제주 도착.
옵티마를 렌트하고 점심은 ‘유리네 집‘에서 먹었다.

2004.4 제주도 가족여행

제주시 코리아나 호텔 근처에 있는 이 오래된 음식점의 허름한 벽과 천정에는 유명인의 사인으로 가득하다.
대통령 노무현은 97년에 다녀갔고, 박재동 화백은 ‘커 죽인다’하는 만화를 그려놓았고, 개그맨 전유성은 5번 물어서 찾아왔다는 개그를 풀어놓았다.
성게 미역국(8,000)과 왕소금 갈치구이(18,000)
비싸지만, 맛있다.
협제 해수욕장이나 한림공원은 다소 식상한 탓에 먼저 중문에 들르기로 했다.

하이얏트 호텔에서 바라보는 바다에서는 “여기가 올인”
롯데호텔에서 바라보는 바다에서는 “여기는 쉬리”


바다를 드라마로 기억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천제연 폭포에 들러 사진을 몇장 찍고, 여미지 식물원에 식구들을 밀어 넣고 모처럼 한적한 시간을 만들었다.

오후의 햇살, 얼굴을 간지르는 바람을 맞으며 카시트를 한껏 젖히고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색의 하늘과 흰색의 구름…
슬렁슬렁 낮잠을 청하려는데 갑자기 라디오에서 장국영의 사랑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당학덕과 매염방, 왕조현 그리고 모순균 등의 이야기와 함께 낯익은 영화 주제가…
아, 이런 파라다이스!
그 한적한 오후의 한떄가 이번의 제주 여행에서 가장 좋은 기억이었다.
확실히 여행은 자신을 채우기보다 비우는 행위이며, 널리 보는 것보다 깊게 보는 것이 중요한 일종의 의식 같은 양식이다.
음악에 취해 잠이 달아나버렸다. 배낭을 열어 요시다 슈이치의 열대어를 꺼내 읽었다

여미지 식물원을 한참 돌고 나온 식구들을 위해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저녁엔 모슬포에 가서 싱싱한 회를.
모슬포 쪽의 횟집에 ‘잡어’를 주문하시킬.
kg에 6만원씩하는 도미가 싸네 비싸네 하는 실갱이를 벌여봐야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 같은 짓일 뿐이다.
현지인들처럼 자연스럽게 ‘잡어’를 시키면, 1인당 1만원 정도의 비용에 모듬회를 실컷 먹을 수 있다. 다같이 맥주를 한잔하고 해안도로를 타고 야간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한 탓인지 금방 곯아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
둘째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날씨를 걱정하며 정방폭포로 향했다.
식구들은 우산과 우비를 사들고 폭포로 향한다.
나는 감기에 걸린 조카와 함께 차를 지키기로 하고 다시 요시다 슈이치를 꺼내 읽었다. 5살짜리 조카도 ‘티라노 사우르스’를 펼쳐든다.

조카와 함께하는 우중독서. 근사하다. 🙂
빨간 우비를 입고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을 애써 무시하면서 어머니께서는 다음 코스를 독촉하신다.
유채축제가 있는 정석항공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고(이날 강수량 130mm) 우비를 쓰고도 비 맞은 생쥐 꼴이 되버린 일행은 유채축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허브동산에 들러 차라도 한잔 할까 했으니 역시 비가 너무 많이 오는 탓에 불가능한 일.
결국 빈손으로 서귀포시로 돌아와 “삼보식당“의 오분작 뚝배기와 옥돔구이를 먹으며 한탄하는 것으로 이날의 일과는 마무리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자연스런 낮잠시간. 나 역시 요시다 슈이치를 잠시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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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날이 개는 듯 하다.
정석 항공관의 유채꽃밭을 다시 들렀다.

유채꽃밭에 들어앉은 두 여인.

오름과 유채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성산 일출봉.
물론 오조리 해녀의 집에 들러 녹색 전복죽을 먹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일출봉

알프스 소녀 하이디…풍의 어머니
시간을 쪼개면 찾아간 곳은 섭지코지. 드라마로 기억되는 또 다른 바다.

섭지코지의 이상한 조형물… (실은 양쪽에 어머니와 여동생이 …)
감녕미로공원에 잠시 들렀다가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 재미있는 여행은 아니었는데, 어머니께 뭔가 해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러나 여전히 카드값을 생각하면 대략 난감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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