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세상 뒤덮는 날, 대숲으로 오라

폭설이 세상 뒤덮는 날, 대숲으로 오라

〉〉담양 대숲

폭설이 세상 뒤덮는 날, 대숲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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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을 찾아가는 남도행은 노긋하다. 길은 대나무의 우아한 몸매와 빈 속을 닮았다. 여행은 예기치 않은 풍경을 만났을 때 한층 풍요해진다. 대나무의 고향 담양에 들어 먼저 만나는 진객은,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꼽히는 메타세쿼이어길이다. 흔히 메타세쿼이어길 하면 창창한 초록을 떠올리지만, 요즘 표정 못지않게 아름답다. 절정을 지내고 곱게 퇴락한 모습이랄까. 홍갈색 잎새가 꾸미는 메타세쿼이어길, 한층 여운이 길게 물결친다.

메타세쿼이어길에 취해 대숲에 들었다. 담양은 어지간한 집 뒤뜰에 대숲을 두고 있어 늘 푸른 대나무의 수런댐을 엿들을 수 있다. 해도, 대숲은 안에서 함께 해야 화들짝 몸이 깨어나고 마음이 청정해진다.

담양에는 대숲길을 걸어볼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다. 메타세쿼이어가 수식하는 24번 국도변에서만도 쉽게 푼푼한 대숲을 만난다. 익히 알려진 곳이 고지산 자드락에 부챗살처럼 자리한 ‘대나무골 테마공원’이다. 반평생을 사진기자로 지내고 정년퇴직한 주인이 가꾸어놓은 대숲이 울울창창이다. 공원에는 600m에 달하는 세 갈래 대나무숲길이 열려 있다.
겨울 대숲에는 소리가 있다. 대숲은 작은 바람에도 몸을 뒤채며 두런두런 소리를 낸다. 머리의 울림이 올곧은 몸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온다. 쨍쨍한 한낮에도 가느다란 빛만 실선으로 스며들 뿐, 대숲은 어둡다. 칙칙한 어둠이 아니라 푸른 대숲이 만들어내는 어둠. 푹신한 흙을 밟으며 쭉쭉 뻗은 대숲 사이를 걷다보면 두고온 세상사가 문득 만만해진다. ‘마음의 평화’는 이럴 때 씀직하다. 한가지, 눈이 없다. 눈 내린 겨울 대숲은 순백의 눈과 대나무의 푸름이 어우러져 완전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 선경이다.

테마공원 뒤편에는 토종 소나무들이 멋대로 늘어선, 500m쯤 되는 솔숲길도 나 있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겨울에 한층 고즈넉함이 깃들지만, 보다 더한 곳을 원하면 대전면 행성리 최희창씨(63) 대나무숲으로 가자. TV드라마 ‘다모’의 첫회, 대나무 위의 칼싸움 장면을 찍은 곳이다.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말로 잘 알려진 이동통신 CF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평지에 1만평 규모로 조성돼 있는 이곳 죽의 장막에는 700m 샛길이 있어 걷기에 좋다.

담양읍내에는 담양군에서 꾸며놓은 ‘죽록원(竹綠苑)’이 있다. 앞서 두 곳보다 크지 않지만, 대숲이 사람집과 어떻게 어울려 자리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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