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洋 3國의 북춤

국립 무용단 제74회 정기공연 (97.11.29 — 12.2)
東洋 3國의 북춤
0. 우연하게
생긴 공연티켓 덕분에 근사한 눈요기를 하고 난 다음에 생기는 욕심은, 맛난 음식을 먹고 난 후의 그것과 같습니다. “다음에 또….”
보다 효율적인 소비, 먹고 마시는 이상으로 삶의 활력을 주는 소비.
좌석은 물론이거니와 입석도 가득 들어찬 국립중앙극장은 무척 훈훈했습니다.1.중국
山西省 봉(실사 변에 받들 봉)州大鼓秦王点兵(진왕이 병사를 뽑다)라는 작품으로 시작된 중국의 북소리는 호두를 굴리다, 늙은 쥐가 결혼하네, 북,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추다, 황소가 호랑이를 놀리다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색이 붉은 색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 주는 듯한 붉은 큰북에서 울리는 소리는 거대한 중국대륙의 이미지, 바로 그것입니다. 잔 기교보다는 굵직한 선과 모습이 기운차게 느껴졌습니다.
무대가 열린 후 첫 작품인 秦王点兵의 멜로디는 무척 낯익은 것이었는데, 영화 황비홍의 주제가인 '男兒當自强'의 음률과 똑같더군요. 무대 뒤편에 커다랗게 서있는 (진시황릉에서 발견된) 대형조각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늙은 쥐 결혼하네 에서는 아주 조그만 북들을 두드려 생쥐가 도망가는 형상을 그럴싸하게 묘사하더군요, 그 외에도 개선가를 부르며 귀대하다 등등 전체적으로 좀 지루하다 싶은 감은 있지만 대륙의 커다란 모양새가 느껴지는 작품들이었습니다.
2. 일본
야고로 돈 북춤 공연단
우까레 라는 작품으로 시작한 일본의 북소리는 굉장히 집중력 있게 들려옵니다. 오고시, 오하라, 미노리, 大太鼓, 劍舞, 오히토 등등의 작품을 공연했습니다. 북들이 모여서 일체화된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소리들이 매스게임을 벌인다고나 할까요?
3국의 북 소리 중에서 가장 커다랗게 들리는 북소리가 일본의 북소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게다가 검의 형상을 한 북채를 들고서 사무라이 같은 자세로 큰북을 두드리곤 하는 모습은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도 전해주었습니다. 샤미센을 연주하며 중간중간 리듬을 잠시 끊어 가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연출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화려하진 않지만 의상 역시 깔끔한 느낌이었습니다.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는 손짓이라든가 객석을 뚫고 등장하는 도입부 등이 야고로 돈 북춤의 전형이 거리축제에 있음을 알려줍니다.
관객들의 호응도 무척 높았고 박수도 크게 나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북을 '울린다'는 소리를 가장 실감나게 들려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3. 한국
한국의 북소리는 호리호리한 미녀들의 장고춤으로 시작되었습니다만, 북보다는 춤에 더욱 초점이 맞추어진 듯 해서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낯익은 가락이었기 때문에 편안하긴 하더군요.
소고춤의 안채봉, 걸북춤의 인간문화재 박병천, 고성 오광대, 3북춤 등이 나왔습니다. 한, 중, 일 3국을 통틀어 무엇보다 갈채를 많이 받았던 작품은 역시 3북춤이네요.
30여명의 여성들과 10여명의 남성들 그리고 사물놀이패가 두드려 대는 북소리와 그들의 춤사위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룹니다. 프랙탈 무늬 같은 현란한 정교함이 미의 극치를 만들어내며 관객을 환호하게 만들더군요.
그 외에도 북의 대합주, 문둥 북춤 등이 나왔습니다만, 한가지 불만스러운 것은
의상입니다. 너무도 현란한 색상들이어서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으니까요. 춤사위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두었기 때문일까요? 더욱이 일본과 중국의 공연 팀이 북춤 전문 공연단임에 비해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에 원인이 있을런 지도 모르겠습니다.
4. 마지막의
대미는 역시 삼국의 북이 모두 나와서 하나의 가락에 맞춰지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각국의 향취를 지니고 있던 북들이 어떻게 그리 똑닮은 소리를 낼 수 있는지….어쩌면 그 모습이 보고 싶어 공연장을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큰북의 원주는 삼국 공히 두사람 이상이 감싸안아야 할 만큼이며 높이는 가슴정도까지입니다. 작은북이나 중간 북의 크기도 삼국이 비슷하고요. 모든 사람들이 북을 하나씩 짊어지고 나와 무대를 가득 메웁니다.
둥둥둥둥둥…..
북소리가 사람의 심장소리를 닮았다고 하던가요?
이미 북소리는 제 가슴속에서 진동하며 심장을 고동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둥둥둥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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