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된 여자

여기는 竹島. 대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잠을 자다가 음식을 먹 는다는 행태는 권태롭다.
허겁지겁 깨워 어딜가자는 말만 하지 않았으면 좋을만큼, 그러나 졸립다.
내 인연의 여러갈래 길.
버려야 할 특별한
그 무엇도 가지지 못한 자에게
바다는 너무 냉정한 거인이다.
스물 일곱.
그동안 몇몇의 바다를 다녔지만, 그의 미세한 숨결을 느끼며 그
가 정말로 살아있다고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잔잔히 바
라보고 있노라면 바다는 어울리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쉼없
이 속삭이고 있었다. 삶과 죽음, 혁명과 투쟁, 평화, 행복, 사람
과 사랑, 하늘, 인생 …따위의 단어들을 내 가슴에 하나하나 펼
쳐보이며 하늘한 숨을 토해놓는 것이었다.
내게 있어 올여름의 바다는,
끈적한 욕망의 집착과
의지박약으로 덧칠된 군더더기같은 삶과
모든 인연의 줄을 끊기 위한
'버림'을 준비하는 聖所였다.
그런 하잘데 없는 쓰레기들을 버리려고 바다를 찾아가다니. 바
다는 삶과 같아서 내가 무엇을 버리던간에 동요하지 않는다. 그
것이 내겐 참으로 슬프게 다가왔다. 바다처럼 살 수는 없는 것일
까? 살아있다는 일이 내게만 버거운 것은 아닐지언정, 이런 상념
에 빠져드는 것도 아직 덜 ….결국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하고 말
았다. 외려 인연의 줄 하나가 더욱 튼튼하게 날 조여왔다.
환상을 보았음이다. 그때에.
뱃전에 서서 걸어다닐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만큼 일렁임에
익숙해 지는 그 때에, 난 구름 속에서 빠져나와 바다로 걸어 들
어가는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날 보며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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