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열림원.2003
—-
결국은 all alone 아니겠는가, 하는 N양의 탄식과 자조를 조금은 줄여줄 수 있으려나?

Similar Posts

  • |

    33/100 인물 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

    좋은 인물 사진은 선명한 심도와 적정한 노출, 잘 구성된 구도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피사체가 되는 사람과의 ‘교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사진가는 자신이 찍고자하는 인물의 행동과 사고를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는 식구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아니, 나의 엄마와 나의 아내와 나의 동생을 뷰파인더로 들여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이 갖고 있는 슬픔과…

  •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필명이 독특하다. 아니, 필명인지 실명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김개미 시인은 명랑하고 밝은 말투로 지난 과거를 새침하게 떠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들의 분위기와 시가 전하는 감정은 매우 어둡고 우울하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내게도 있었을 힘든 시간들이 떠오른다. ‘나의 불면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기를’이라는 자학적인 표현들에서 어두움은 가벼움과 어색한 조화를 이룬다. 좋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만좀 하지 싶기도 한데,…

  • 산문. 2/100 광기와 우연의 역사. 스테판 츠바이크

    역사가 뒤바뀌는 중요하고도 희귀한 그 찰나의 시간,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우스꽝스럽게도 매우 비합리적이고 우연한 사건에 기인한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몇몇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있고 가볍게 흘려 읽기에 좋은 에세이.– 남극에서 얼어죽은 비운의 탐험대장 스콧– 동로마 제국을 정복한 오스만 튀르크의 잔인한 무하마드– 태평양을 처음 발견한 발보아– 대서양에 해저 케이블을 설치한 사이러스 필드등의 이야기는 재미있으나…

  • 처음, 빵을 만들다

    책의 구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도표로 구성된 재료와 단계별 사진으로 구성된 레시피를 보면서 제가 만드는 얼마 안되는 요리와 쿠키의 레시피를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두면 좋겠다 하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밀가루와 이스트 등을 비닐 주머니에 넣어서 깔끔하게 섞고 반죽하는 방식도 매우 신선했습니다만, 단계별 사진이 계속 반복 사용되는 것은 뭐랄까 날로 먹는 느낌?도 있어요. 관련된 글: 꼬마 빵 레시피…

  • 자기계발. 18/100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이민규 지음/더난출판사 심리학 교수가 쓴 책이라고 보기엔 너무 흔하다.간간히 emotional ventilation effect 나 social comparison theory 같은 전문용어를 섞긴 했지만 말이다. 관련된 글: 계간지. 세계의 문학 2003년 겨울호 산문. 소유란 무엇인가. 조제프 크루동 철학. 쾌락 – 에피쿠로스 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카즈키 자기계발. 8/100 코칭의 기술 자기계발. 12/100 래리킹, 대화의 법칙…

  • 소설. 천변풍경 – 박태원

    문장의 힘이 이런 것일까?박태원의 문장들은 정결함을 넘어서 엄숙하기까지 하다. 조사하나 형용사 하나 헛되이 사용하지 않는 냉정한 자세는참으로 오래간만에진짜 작가를 만난 기쁨을 안겨준다. 1936년도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의 감성에도 하나 뒤쳐지지 않는 것이, 외려, 현대 소설보다 치열한 기운이 은근한 떨림을 준다.청계천 주변의 풍경을 나열하는 것이 주된 구성이나 인물에 무게를 싣지 않고도 인물이 살아나는 정밀한 작법은 현대 소설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