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세계의 문학 2003년 겨울호

계간지. 세계의 문학 2003년 겨울호

“뭘 그렇게 사대는 거에욧!”
배송된 책을 보고 옆자리 박대리의 일갈에 아래처럼 답했다.
“정기구독하는 책이에요, 서른이 넘으면 잡지 하나 쯤은 정기구독해야 한다구요.”
박대리는 지금 스물아홉이다.

계간지. 세계의 문학 2003년 겨울호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는데, 곱씹어보니 의미심장하다.
정기구독하는 잡지가 정기적으로 날 위로해주는 건 아닐까?
그것들이 내 삶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 준다고 최면을 거는 건 아닐까?
어쩌면
내가 정기구독하는 것은 녹색평론과 세계의 문학이 아니라
녹색평화와 세계의 안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간.
얼마 전에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진은영의 신작 시가 눈에 띈다. 이 70년생 동갑내기 시인은 눈 여겨볼 가치가 있다.

그런 남자랑 사귀고 싶다
아메리카 국경을 넘다
가슴에 총 맞은 흰 셔츠의 멕시코 청년
너와
결혼하고 싶다
러브어페어 중에서 발췌/ 2003.12/ 세계의 문학/ 진은영

그리고 김종은의 단편소설 – 화평 슈퍼 골목의 비너스-이 눈에 들어오고
22회 김수영 문학상은 이윤학이 받았다는 소식,
“인문학의 코드는 변하고 있는가”라는 특집 기사.
결론을 봐야 하겠지만, [코드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트렌드가 바뀔 뿐이다.] 라는 톤이 아닐까?

Similar Posts

  • 후불제 교통카드를 쓰지 않는 정보인권 활동가

    관련 기사 : 수사를 위해서는 모든 사생활을 공개하라?미리 충전하고 이용 금액만큼 차감하는 선불제 교통카드와 달리,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월말에 결제하는 후불제 교통카드에는 개인의 행적이 고스란히 남게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전적으로 동감한다.한국 교통 연구원에서 발간한 ‘대중교통정책 수립에 있어서 교통카드 자료 활용방안’이라는 연구자료를 보면 더욱 놀랄만하다. 실제로 익명화되어야 할 교통카드 이용 자료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더우기…

  • 소설. 박완서 – 그 남자네 집

    그 남자네 집.박완서.현대문학.2004 80이 넘은 노작가의 감성은 여전히 소녀 같다.부럽다.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계보다 죽은 사람들의 세계에 보다 가까워지는 것이라고,그래서 꿈도 들어맞기 시작하고 예감도 들어맞기 시작하는 것이라고노작가는 얘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심장 한가운데에 서 있다. 첫사랑의 그 남자와 그 남자가 살았던 조선 기와집을 소재로 한국전쟁 이후 2004년까지의 시기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 최영철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 일상의 풍경은, 따뜻하지 않다.일상의 풍경은, 따뜻하지 않고 여유롭지도 않다.일상의 풍경은, 마치 일광욕하는 가구처럼 차갑고 힘들다. 정상적인 가구라면 집안에/ 방안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자리를 듬직하게 차지하고 있을 것이며, 또한 유용하게 쓰여질 터.일광욕하는 가구는, 아마도 오랜 세월 그 쓰임새를 다하고 내버려져 흉물스레 골목 귀퉁이에 놓여 있거나 아니면 쓰레기차를 기다려 곧 폐기처분될 운명의 가구일 것이다….

  •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청소를!

    일이 안 풀려 가슴이 답답하다면 청소를 권한다. 특히나 평소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가구 배치 변경하기’나 ‘창고 정리’ 등이 효과적이다.청소를 하면서 주변의 필요한 사물과 필요없는 사물들을 구분하고 정리하다보면,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나 일을 쉽고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신기하게도 난 그렇다. 그리고 최근에 ‘청소력’이라는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 blue

    냉정과 열정사이.blue는 남자, 쥰세이 아카다의 이야기이다. Rosso편을 읽으면서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했던 내용은,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조금은 흥미가 떨어지기도 한다.로쏘와 블루를 두개의 다른 작품이라고 본다면,‘소설’이라는 측면에서는 블루가 훨씬 빼어나다고 할 수 있다.스승 조반니와의 갈등과 복원사로서의 쥰세이가 겪는 일상의 이야기들이,아오이에 대한 사랑과 묘하게 엮여가면서 뿜어내는 긴장감과 흥미.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의 저력이 저력이 엿보인다.그렇지만 이 소설은 결정적인 몇 단락에서정말이지…

  • |

    첫 시집, 두번째 삶의 시작이 되길

    S에게 첫 시집이 나왔다는 카톡 메시지에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마침내, 너의 목소리를 듣는구나. 회사와 일과 접대, 아내와 아이들 같은 삶의 무게를 견디며 짬을 내 조각조각 이어 붙였을 그 목소리. 그래, 내가 아는 S는 시인이지. 대견하다. 언젠가는 나올 줄 알았어. 어디 볼까? 월정사에서 우물을 찾는다라… 기대감에 소개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덜컥 마음이 내려 앉았다. 평론가인 누님의 발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