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0 세계의 문학 2005년 겨울호

9/100 세계의 문학 2005년 겨울호

내게 있어 이 책은 10년이 넘게 정기구독하는 유일한 계간지이며
문학에 대한 나의 욕망을 반추하고 과시하는 도구이자
현대 한국 문학의 흐름을 깨우쳐 주는
그런 책이다.

그런데, 책이 점점 엉터리가 되어가고 있다.

금번 겨울호의 기획기사는 “일본 문학, 왜 읽히는가”라는 정말이지 한번은 곰곰 생각해야 할 좋은 테마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쫓긴, 그리고 치열하지도 못한 평자들의 어수룩한 글 세꼭지를 대강대강 늘어놓고는
나로 하여금 대체 “편집인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생뚱맞은 고민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김항은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들을 가라타니, 니체, 홉스의 아우라를 빌려 과대포장하고 있으며
한미화는 몇년도에 어떤 책이 몇권이나 팔렸는 지로 (심지어는 그 책이 영화화되고 누가 출연했고 그 OST가 무엇인지까지!) 귀중한 지면의 대부분을 낭비하고 있고
정순희는 바나나 소설의 아포리즘 같은 문장들을 늘어놓고 공통점을 찾기 바쁠 뿐이다. 더우기 그녀 스스로 “지면관계상 생략한다”며 글을 맺었는데, 읽고 있노라면 ‘현대문학의 이해’ 같은 교양 과정의 과제로 제출될 report가 아닌가 싶다.

문학의 본질은 여전히 무겁고 딱딱하다,

문학은 영화나 TV가 전해줄 수 없는 삶의 깊은 순간들을 생생히 포착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고 있고
문학은 기괴하고 우습고 유치하더라도 그 근원은 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가득하다.
더군다나 문학은 ‘나무’로 만들어진 종이 위에 쓰여지지 않는가 말이다.
세계의 문학 봄호가 이미 출간되었으나 아직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야 할 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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