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박형준의 시는 애달프고 아리고 처연하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채 먼 산을 바라보는, 아주 창백하고 가녀린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외롭지만 세상을 다시 맞대는 것이 두렵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더 끔찍스럽다 생각한다. 박형준의 시를 읽으면, 읽는다기 보다 들이 마시는 것에 가깝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기분이 전해진다. 호오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온기가 빠져 나오는…

  • 아이들 공용 핸드폰

    아이들의 외출에 사용할 공용의 핸드폰을 하나 마련했다. 갤럭시 s6 중고폰을 하나 사고, 알뜰폰의 유심 요금제 상품을 적용하니 월 6,000원 내에 가능했다. 게임도 한개씩 설치하게 해주고, 친구들의 번호를 저장하고 바탕화면도 바꾸면서 익숙해지더니 오늘은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 5. 2018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흥규의 글은 아기자기하지만 묵직하다. 글 쓰기를 운명처럼 생각하는 작가에게서 나타나는 무게와 아우라이다. 김수영이나 최인훈같은 천재들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고. 대부분의 작가들은 열심히 쓴다. 쓰고 또 쓴다. 그들 중 일부는 제법 울림도 있고 깊이도 있지만 거기까지이다. 마르께스의 마술같은 리얼리즘을 따라하는 실험도 재미는 있었지만, ‘백년 간의 고독’을 통해 이미 감동할만큼 감동한 나는 손흥규가 이런 시도를 그만…

  • 4.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화 내는 방법

    어쩌다가 이런 책에 손 댔는 지 모르겠지만, 금방 읽었다. 솔직히 어쩌다는 아니고 오후에 당황스런 일이 있었다. 조직원 A의 업무에 자꾸 펑크가 나서, 관련 파트원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업무를 모두 펼쳐보고 우선 순위와 리소스 투입을 점검하는 회의를 진행했었다. 이 회의의 목적과 배경을 설명하고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 지 논의해보자고 말을 꺼내자 마자, A가 묘한 미소를…

  • 오래된 서랍. 강신애

    오래된 서랍. 강신애 나는 맨 아래 서랍을 열어보지 않는다더이상 보탤 추억도 사랑도 없이내 생의 중세가 조용히 청동녹 슬어가는 긴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서랍을 연다노끈으로 묶어둔 편지뭉치, 유원지에서 공기총 쏘아맞춘신랑 각시 인형, 건넨 이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코 깨진 돌거북, 몇 권의 쓰다 만 일기장들…… 현(絃)처럼 팽팽히 드리운 추억이느닷없는 햇살에 놀라 튕겨나온다 실로 이런 사태를 나는 두려워한다…

  • 신년맞이 스키장

    용평 리조트. 동생네 식구들과 스키장. 하지만 식구들 중에 스키를 즐기는 사람은 민준이 뿐이다. 특히 최근 민준이는 동혁이와 호흡이 잘 맞는지 같이 스키 타는 것을 무척 갈망했다. 유빈이 대학교 합격. 예준이 학교 졸업. 수엉 생일. 여러 일들이 겹쳐 다같이 맥주도 한잔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막히는 길을 피해 귀가할 예정이다.

  • 예준 초등학교 졸업

    예준이가 초등학교를 마쳤다. 입학식 사진은 없지만 (이게 왜 없을까?!?), 무사히 6년을 마친 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다. 6학년 2학기 성적표를 보니, 수학은 자신 없고, 영어와 국어를 잘했다. 예준이는 어느 쪽에 관심이 있는 것일까? 앞으로 6년, 중학교 고등학교도 재미있게 다니기 바라고, 좋은 친구들과 멋진 자아를 찾길 바란다.

  • 3.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창업하라!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기에 망정이지. 놀랍게도 이 책의 후반 2/3는 ‘(한국에서) 요식업을 상공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한국 요식업 역시 내용이 부실하다. 그리고 초반 1/3은 베트남 주제이긴 한데 그마저도 절반쯤은 인터넷과 도서관을 조금만 뒤지면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저자가 직접 쓴 것으로 짐작되는 절반쯤은 너무 뻔하다. ‘사업에 모든 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음식 재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