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겆이와 청소, 쓰레기 버리기

    예준이는 요즘 설겆이와 청소, 쓰레기 버리기 등의 집안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집 안 일 한가지를 처리할 때마다 게임을 한판씩 할 수 있고, 하루에 최대 3판을 할 수 있다. 마음이 여리고 착한 예준이는, 게임에 질 때마다 많이 우울해진다.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자책한다. 기운내라. 예준아.

  • 돌돌이

    어쩌다가 그렇게 헤어지게 됐을까. 돌돌이가, 아마 아주 늙었거나 아주 어려서 제대로 걷지 못할 것 같은 돌돌이가,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어딘가를 바삐 향해 가면서도 내 눈과 손은 돌돌이한테 떠날 줄을 몰랐다. 잘못된 결정 중의 하나였다.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결정. 과감하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이기적이고 몰인정했다. 지금쯤이면 근사한 곳에 가서 살고 있으려나? 미안하다.

  • 등을 내어준다는 것은

    호주에 몇 개월에 걸친 산불로 수억마리의 동물이 죽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2019년 9월에 발생하여 2020년 1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그 연무가 도쿄만 까지 퍼질 정도였다. 호주 전체 숲의 14%를 태웠고, 박쥐, 양서류, 곤충 등을 포함하면 12억 마리가 넘게 타 죽었다다고 한다. 캥거루나 코알라 등 호주에만 살고 있는 동물들의 피해가 매우 컸고, 특히나 불에 타 어쩔 줄…

  • 예준이의 사과 초컬릿

    요즘은 밥 먹고 나서 달무티라는 보드게임을 즐긴다. 간단한 내기를 걸기도 하는데, 점심 식사 하기를 내기로 걸어서 예준이와 민준이가 점심을 하게 됐다. 아들 둘이 어느새 라면을 제법 끓일 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예준이가 민준이와 함께 스위치로 몰래 게임을 하다가 딱 걸렸다. 그닥 큰일은 아니었지만, 오후에 PC방에 놀러가려고 했던 계획을 취소했더니 예준이가 책상에 가져다 둔 초컬릿이다.

  • 설날, 아버지

    요즘 자주 찾아 오셔서,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소리 없이 표정 없이 들어오셔서, 마치 잠시 외출이라도 다녀온 듯 어색하지 않게 오셨어요. 식구들 다같이 외식이라도 하자는 제안에 선뜻 길을 나섰습니다. 모두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고, 아버지께서 운전하는 자가용이 아닌 일반 버스를 함께 탄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대학로 동명만두라는 곳을 갔어요. 나름 맛집이라…

  • 2020년이다

    작년에 작성한 리스트를 업데이트한다. 텃밭과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하기 아이들을 자존감 있게 기르기 아이들이 인생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기 바이크 타기 프랑스 여행하기 쿠바 아바나에 가보기 어머니, 동생과 여행하기 웹/단편 소설 쓰기 캘리그라피 배우기 개인 도서관 시작하기 (1년에 12권, 50년간 읽을 600권으로) 게임 만들어 출시하기 한라산 등반하기 아이들과 1번 국도 자전거 여행하기 양식…

  • 글을 써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내가 문학에 자꾸 눈을 돌리는 이유는, 그러니까 여전히 시나리오나 희곡, 소설, 시, 꽁트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써보려는 이유는, 내 글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람들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마음의 깊숙한 곳에 진하게 고여있는 감정들 – 되돌리고 싶은 회한과 누가 볼까 두려운 부끄러움과 수치,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거칠고 뜨거운 욕망…

  • 마른 인형

    마른 찰흙인형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듯. 내 생명이 한뭉텅이씩 줄어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나는 아마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병에 걸릴테고 그래서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 위장과 대장에는 매해 용종이 자라고. 죽음이 손짓하는 우울증도 있고 땀이라도 날라치면 피가 나도 가려운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 엊그제는 갑상선 결절이 있으니 조직검사를 해보라는 권고가 있었다.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내 죽음을 대비하느라 입시생처럼 공부하는 아내가…

  • 찰흙 인형

    마른 찰흙인형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듯. 내 생명이 한뭉텅이씩 줄어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나는 아마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병에 걸릴테고 그래서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 위장과 대장에는 매해 용종이 자라고. 죽음이 손짓하는 우울증도 있고 땀이라도 날라치면 피가 나도 가려운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 엊그제는 갑상선 결절이 있으니 조직검사를 해보라는 권고가 있었다.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내 죽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