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둠]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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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45] 대접과 대접받음

백영옥 소설가입력 2018.05.05 03:12

[옮겨둠] 대접
백영옥 소설가

시인 바이런은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자고 일어나니 나락으로 떨어진 이도 많다. 수많은 미투 운동의 가해자가 그렇고, 갑질 가해자가 그랬다. 한 가족의 갑질 녹취 파일로 세상이 시끄럽다.

사람들은 대개 얼마간 굴종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것이 나와 가족의 따뜻한 밥 한 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뉴스를 본 후 가해자를 분노 조절 증후군이라 말했다. 하지만 유독 약자에게만 그러하다면 그것은 병이 아닌 습성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모욕 사회다. 타인에게 모욕 주는 걸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게 일상화됐다. 인터넷 악플이 대표적이다. 악플 대(對) 선플 비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악플은 일본의 4배, 네덜란드의 9배라는 통계도 있다.

부모 세대가 대학을 인(in) 서울과 지방대로 나누었다면, 자식 세대는 그것을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까지 세분했다. 끝없이 구별하고자 하는 마음은 그것이 나의 경쟁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극한의 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 그런 탓에 경쟁에서 졌을 땐, 타인의 성공이 공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이도 많다. 실제 한국의 불평등 지수는 높아지고 있다.

모욕에 관해 생각하다가 매 값이 한 대에 300만원이라는 폭행 기사가 떠올랐다. 기사보다 내 마음을 흔든 건 ‘나라면 맞고 그냥 돈 받겠다’는 댓글이었다. 그것에 붙은 공감의 댓글을 보는 순간 마음이 덜컥였다. 직장에서, 현장에서, 모욕을 참는 게 삶의 경쟁력이 된 사회라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성장의 동력이 멈춘 사회에서는 누군가의 추락을 보며 어떤 이는 환호하고 어떤 이는 자신이 상승하고 있다고 느낀다. 환호하는 사람과 저주하는 사람은 샴쌍둥이처럼 붙어 있다. 칸트는 “타인을 목적으로 대하라”고 말했지만 이미 돈과 권력이 목적이 된 지 오래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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