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타이 문화

오세타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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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 오헨로

오헨로란 무엇인가

고보 대사와 순례의 기원

88개 사찰 이야기

오세타이 문화

낯선 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

오헨로에 대해 조사하다 보면 자꾸 이상한 대목에서 멈추게 된다. 순례자들이 길을 걷다 보면 모르는 사람이 불쑥 음식을 건넨다는 것이다. 편의점 음료수, 만든 주먹밥, 과자, 때로는 현금까지.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오세타이 문화

이것을 오세타이(お接待)라고 한다. ‘대접하다’, ‘환대하다’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그냥 친절한 관행 정도겠거니 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오세타이는 오헨로를 오헨로이게 하는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철학이 깔려 있다.

동행이인, 그 두 번째 의미

오헨로에는 ‘동행이인(同行二人)’이라는 말이 있다. 순례자 혼자 걷는 것 같지만 언제나 구카이 대사와 함께한다는 뜻이라고 1탄에서 설명했다. 그런데 오세타이는 이 개념의 연장이다.

순례자에게 음식을 건네는 것은 곧 그와 동행 중인 구카이 대사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주민들은 순례자를 ‘구카이 대사를 모시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고, 그 대사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받는 사람만 아니라 주는 사람도 공덕을 쌓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오세타이는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에게 기여하는 관계다. 오헨로상은 음식과 잠자리를 얻고, 주민은 순례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며 공덕을 쌓는다. 순례자가 거절하는 것은 오히려 실례가 된다.

오세타이의 풍경

오세타이가 어떤 모습인지, 기록된 사례들을 보면 꽤 다양하다.

길을 걷다 보면 집 앞에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위에 캔 음료와 과자가 담긴 바구니가 있다. 아무도 없지만 “오헨로 여러분, 드세요”라고 적혀 있다. 또 어떤 집에서는 문이 열리며 할머니가 직접 만든 주먹밥을 들고 나온다. 주유소 앞에서, 편의점 앞에서, 절 입구에서, 다리 위에서 — 오세타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다.

숙박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주민은 자기 집의 방 한 칸을 순례자에게 무료로 내어 준다. 이런 집을 ‘오헨로코야(お遍路小屋)’라고도 하고, 또는 ‘젠콘야도(善根宿)’라고 부른다. 선근(善根), 즉 선행의 뿌리를 쌓는 숙소라는 뜻이다.

낯선 이를 믿는다는 것

오세타이 문화를 생각할 때 자꾸 걸리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물론 오헨로상이 흰 옷을 입고 있다는 시각적 신호가 있다. 그 복장이 ‘나는 순례자입니다’라는 일종의 표식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결국 이 문화는 수백 년에 걸쳐 시코쿠 사람들 사이에서 쌓여온 것이다. 순례자를 환대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온 사회적 전통.

현대사회에서 이런 문화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과거보다는 줄었겠지만, 오헨로를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보면 오세타이를 경험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그 순간이 순례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됐다고 한다.

음식 한 조각, 음료 한 병. 그 안에 담긴 것이 뭔지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순례자의 길, 오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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