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헨로란 무엇인가

오헨로란 무엇인가

This entry is 1의 5 in the series 순례자의 길, 오헨로

오헨로 — 1,200년의 길을 걷는다는 것 일본 시코쿠(四国) 섬에는 조금 특별한 길이 있다. 88개의 사찰을 차례로 돌며 걷는 순례길, ‘오헨로(お遍路)’다. 총 거리는 1,200킬로미터에서 길게는 1,400킬로미터. 걸어서 완주하려면 두 달 가까이 걸린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약 800킬로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오헨로가 얼마나 긴 여정인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해마다 수십만 명이 시코쿠를 찾고,…

고보 대사와 순례의 기원

고보 대사와 순례의 기원

This entry is 2의 5 in the series 순례자의 길, 오헨로

구카이, 그는 누구였나 1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오헨로를 진짜 이해하려면 구카이(空海)라는 인물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가 없었다면 오헨로도 없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 구카이가 없었다면 일본 문화 전체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774년, 시코쿠 사누키 지방(지금의 가가와 현)에서 태어난 구카이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15세에 나라(奈良)로 상경해 유학을 공부하다가 이내 불교에 빠져들었다. 18세 무렵,…

88개 사찰 이야기

88개 사찰 이야기

This entry is 3의 5 in the series 순례자의 길, 오헨로

섬 하나를 다 돌아야 하는 이유 시코쿠(四国)라는 이름은 ‘네 나라’라는 뜻이다. 도쿠시마, 고치, 에히메, 가가와 — 이 네 현이 섬 하나를 나눠 갖고 있다. 오헨로의 88개 사찰은 이 네 개의 현에 고루 흩어져 있다. 우연이 아니다. 각 구역은 불교 수행의 네 단계를 상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여정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다. 발심 —…

오세타이 문화

오세타이 문화

This entry is 4의 5 in the series 순례자의 길, 오헨로

낯선 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 오헨로에 대해 조사하다 보면 자꾸 이상한 대목에서 멈추게 된다. 순례자들이 길을 걷다 보면 모르는 사람이 불쑥 음식을 건넨다는 것이다. 편의점 음료수, 만든 주먹밥, 과자, 때로는 현금까지.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이것을 오세타이(お接待)라고 한다. ‘대접하다’, ‘환대하다’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그냥 친절한 관행 정도겠거니 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오세타이는 오헨로를 오헨로이게 하는 핵심이라는 생각이…

걷는 사람들

걷는 사람들

This entry is 5의 5 in the series 순례자의 길, 오헨로

왜 걷는가, 라는 질문 1,200킬로미터를 두 달 가까이 걸어야 하는 여정. 왜 가는가. 이 질문을 오헨로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던지면, 답이 제각각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 처음 출발할 때의 이유와 돌아올 때의 이유가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병든 몸으로 떠나는 사람 오헨로의 전통적인 순례자 유형 중 하나는 중병을 앓은 사람이다. 역사적으로도 시코쿠에는 병이 나은 것에 감사하거나, 낫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