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 사찰 이야기

88개 사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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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 오헨로

오헨로란 무엇인가

고보 대사와 순례의 기원

88개 사찰 이야기

섬 하나를 다 돌아야 하는 이유

시코쿠(四国)라는 이름은 ‘네 나라’라는 뜻이다. 도쿠시마, 고치, 에히메, 가가와 — 이 네 현이 섬 하나를 나눠 갖고 있다. 오헨로의 88개 사찰은 이 네 개의 현에 고루 흩어져 있다. 우연이 아니다. 각 구역은 불교 수행의 네 단계를 상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여정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다.

발심 — 시작하는 마음 (도쿠시마, 1~23번)

88개 사찰 이야기

첫 번째 구역은 도쿠시마 현이다. 1번 료젠지부터 23번 야쿠오지까지, 총 23개 사찰이 여기 있다. 이 구역의 이름은 발심(発心), 깨달음을 향해 마음을 처음 일으키는 단계다.

출발지인 1번 료젠지는 나루토시 외곽에 있다. 소박한 절이지만, 이곳에서 처음 삿갓을 쓰고 흰 장삼을 입는 순례자들의 얼굴에는 각오가 서려 있다. 단체 버스 관광객도 있고, 배낭 하나 달랑 멘 젊은 여행자도 있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도 있다.

이 구역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12번 쇼산지(焼山寺)다. 해발 938미터, 가파른 산속에 자리한 절이다. 걸어서 오르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리는 이 절 앞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처음으로 한계를 경험한다고 한다. 출발한 지 며칠도 안 됐는데.

수행 — 단련의 땅 (고치, 24~39번)

두 번째 구역은 고치 현, 수행(修行)의 단계다. 고치는 시코쿠에서 면적이 가장 크고, 사찰 사이의 거리도 가장 멀다. 24번부터 39번까지 16개 사찰이 있는데, 이 구역을 걷는 사람들은 하루에 몇 십 킬로미터씩 뻗은 해안도로를 홀로 걷는 일이 많다. 지나는 차는 있어도 함께 걷는 사람은 없는, 고독한 구간이다.

고치 구간에서 가장 유명한 절은 24번 호츠미사키지(最御崎寺)와 38번 콘고후쿠지(金剛福寺)다. 두 절 모두 곶(岬)의 끝자락에 있어, 순례자들은 절에 닿기 전에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절경을 만나게 된다. 힘들지만 아름다운 구간이다.

보리 — 깨달음의 접근 (에히메, 40~65번)

세 번째 구역은 에히메 현, 보리(菩提)의 단계다. 40번부터 65번까지 26개 사찰. ‘보리’는 산스크리트어 ‘보디(Bodhi)’에서 온 말로, 깨달음 그 자체를 의미한다.

에히메 구간에는 오헨로에서 가장 힘든 코스로 꼽히는 절들이 있다. 45번 이와야지(岩屋寺)는 절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 바위를 깎아 만든 불상과 사다리, 쇠사슬을 잡고 오르는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51번 이시테지(石手寺)는 현지인에게도 관광지로 유명한 큰 절이다.

이 구역에서는 도고온센(道後温泉)을 지나기도 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로, 고된 다리를 쉬게 해 줄 최고의 위로다.

순례자의 길, 오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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