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Z를 다시 보면서 —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토리야마 아키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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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Z를 다시 보면서 —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토리야마 아키라의 세계

어쩌다 드래곤볼 Z를 다시 보게 되었다. ‘Z’를 ‘지’라고 읽어야 하는지 ‘제트’라고 읽어야 하는지조차 헷갈리는 채로.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아 한글 음성으로 감상하고 있는데, 그게 또 나름의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번에 보면서, 어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토리야마 아키라라는 작가의 천재성이랄까 — 그것이 이제야 보이는 것이다.

드래곤볼 Z를 다시 보면서 —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토리야마 아키라의 세계

소년만화의 어려움

토리야마 아키라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만화가 연재되는 동안, 계속 그리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일본 소년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뿐이었다. 내 만화의 역할은 오락 작품이 되는 것이다. 나는 감히 내 작품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준 이상,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읽고 나면 참 단순하게 들린다. 그런데 이 단순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나이를 먹고 나서야 알 것 같다.

소년만화란 무엇인가. 흔히들 말한다 — 주인공이 고난을 겪고, 우정을 찾고,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 공식이 말처럼 쉽지 않다.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그 뻔한 재료로 진짜 감동과 재미를 만들어내는 일은, 마치 김치찌개나 라면으로 미슐랭 3스타를 따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재료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맛을 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드래곤볼은 그 드문 경우다.


이제야 보이는 것들

다시 보면서 새삼 눈에 띈 장면들이 있다.

베지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는 시리즈 역대 가장 강력한 악역 중 하나였다. 손오공과 치열하게 싸우다 거의 죽어가던 그를 — 손오공은 살려달라고 부탁한다. 그 장면이 지금은 다르게 읽힌다. 이 선택이 이후 수백 화에 걸쳐 펼쳐질 베지타의 서사를 가능하게 만든 씨앗이었다는 걸, 토리야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까?

피콜로는 원래 신의 악한 마음에서 탄생한 존재다. 그런 그가 손오반을 훈련시키면서 서서히 변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손오반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악에서 선으로 — 그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드래곤볼은 그것을 해낸다.

크리링은 언제나 흔들린다. 주변의 말에 쉽게 좌지우지되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어쩌면 그게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프리저. 1, 2단계 변신이 점점 크고 압도적인 형태였다면, 최종 3단계는 오히려 작고 단단하다. 그 반전이 주는 압박감이 어릴 때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과시하지 않는 강함 — 그것이 더 무섭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손오공과 베지타 — 두 가지 삶의 방식

베지타가 평생 집착하는 것은 ‘수퍼 사이어인’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전투력의 상승이 아니라, 자신이 최강이라는 증명이고, 사이어인 왕자라는 자존심의 귀결점이다. 보다 보면 묘하게 낯익다. 우리가 인생에서 꿈꾸는 어떤 출세나 성공,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닮아있다.

반면 손오공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그는 단지 주변 사람들을 지키고 싶을 뿐이고,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수련하고 강해진다. 목적이 다르다. 그러니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드래곤볼을 보면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토리야마 아키라라는 사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수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 토리야마 아키라는, 어쩌면 손오공과 다름이 없다. 명성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려 했던 사람.

장대한 스토리를 어디까지 미리 계획했는지, 아니면 즉흥적으로 그려나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지금도 이렇게 새로운 감동을 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수퍼 사이어인’이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는, 자신이 가진 것으로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마음가짐 — 그게 진짜일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오공은 수련 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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