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4/100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소설. 4/100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소설. 4/100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저/송은주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잘 지키지 못한다. 틈이나면 스마트폰을 열어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한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도 예전처럼 뭔가의 감흥을 남기고 평하는 일이 쉽지 않다. 난 무엇에 이렇게 지쳐있는 것일까?
각설하고,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권한다.
난 이 책의 후반 어딘가를 읽다가 -아마 엄마가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대목일텐데- 출근길의 지하철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책을 읽다가 기억해야할 구절이 생기면 페이지의 위쪽을 접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거의 모든 페이지를 접어 놓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잃고 기억하고 그렇게 사람들은 자라고 늙어간다. 그런 상처나 아픔이 두려워서 혹은 이미 겪어본 사랑과 이별이 너무 버거워서 지레 겁을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역시나 사람은 망각의 기운을 빌어 미래를 살아가는 데에 익숙하고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9/11이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아닌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 사건에 대한 충격이 너무 크니까 오히려 9/11과 상관 없어 보이는 이런 작은 에피소드가 더욱 심금을 울린다.
기억에 남는 구절

“첫째로, 난 너보다 똑똑하지 않단다.너보다 아는게 많을 뿐이지. 그것도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일 뿐이야. 부모들은 언제나 자식보다 아는게 많고, 자식들은 항상 부모보다 똑똑하단다.”
아빠의 관은 텅 비어 있었지만, 아빠의 서재는 꽉 차 있었다.
전화에 얽힌 일을 할머니에게 말할 수 없었으니, 할머니를 비롯한 그 누구보다도 더 내가 아빠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비밀은 내 속에 뻥 뚫려 모든 행복한 일들을 빨아들이는 구멍이었다.
“네가 뭘 사랑한다 해도 그 마음이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은 못 따를게다. 오버.”
언젠가는 너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인간은 얼굴을 붉히고, 웃음을 터뜨리고, 종교를 갖고, 전쟁을 하고, 키스를 하는 유일한 동물이에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키스를 많이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인간다워지는 거라고요.” “전쟁을 더 많이 할수록?” 대꾸할 말이 없었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떠났을 때 온몸의 눈물이 다 말라버렸다고 말씀하셨으니까.
내가 생물학적 과정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사람이 숨을 내쉬면 나무가 그 숨을 들이마신다고 설명하다 아빠의 얘기처럼.
울고 싶었지만 울지는 않았어, 어쩌면 울었어야 할지도 몰라. 그 방에서 우리 둘 다를 눈물 속에 익사시켜서, 우리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었어야 했다,
우리가 살아야만 한다는 것은 치욕이야, 하지만 우리 삶이 단 한 번 뿐이라는 것은 비극이란다,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면 한번은 그녀와 함께 보냈을 텐데.
부끄러움은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리 때 느끼는 감정이지. 수치심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때 느끼는 감정이고.
나는 어떻게 하면 덜 느낄 수 있는지를 배우는 데 평생을 바쳤어. 날이 갈수록 느끼는 감정들이 줄어들었지. 이런 것이 늙어간다는 것일까? 아니면 늙는다는 건 뭔가 더 나쁜 것일까? 슬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면, 행복으로부터도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단다.
왜 아빠는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가슴에 멍이 들었다. 왜 아빠는 “사랑한다.”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사랑의 비극이야. 그리움은 늘 사랑보다 더 강하거든.
더 이상 네 앞에서 강한 척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지자, 난 한없이 약해졌어. 바닥에 쓰러졌단다. 그곳이 내게 맞는 곳이었어.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어. 손이 부서지길 바랐지만, 너무 아파서 멈추었지.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손 하나 부서뜨리지도 못하다니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지.
태어난 이상 천 분의 일초 후든, 며칠 후든, 몇 달 후든, 76.5년 후든 누구나 죽어야 한다. 태어난 것은 모두 죽어야 한다. 그 말은 우리 삶이 고층 빌딩과 같다는 의미이다. 연기가 번져오는 속도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불길에 휩싸여 있기는 다 마찬가지이고, 우리는 모두 그 안에 갇혀있다.
네가 있는 곳에 왜 나는 없는가 2003.9.11. 나는 말을 못 합니다, 미안합니다
그것들이 모두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고, 죽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름뿐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Similar Posts

  • 소설. 머큐리, 공격. 아멜리 노통브

    아멜리 노통브의 신간 머큐리는 미녀와야수(혹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공격은 노틀담의 꼽추를 패로디하고 있다.그러나 그 패로디 안에 기가 막힌 반전이나 신선한 재구성은없다.그녀가 늘 그래왔듯이 지독한 수다를 퍼부어 대는 것.아멜리의 지독한 수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인지 아멜리의 독백인지 모호한 경우가 많고 또한 그 수다들의 대부분이 매우 깊은 독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독서량이 일천한 독자들에게는 현학적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솔직히그녀의 수다는…

  • 9/100 이런 팀장이 회사를 살린다.

    이런 팀장이 회사를 살린다김승용 지음/미래지식 아, 무척이나 재미없는 책이다. 아래와 같은 구절을 읽다 보면 짜증이 절로 난다. 우수한 팀장이 되기 위해서는 사명감이 투철해야 한다. 사명감이란 책임감보다 강한 느낌을 주는 마음의 상태로서, 사리사욕을 억제하고 자신을 회사 속에 매진시킬 수 있는 자세를 말한다. ‘이 회사에서 나의 인생을 걸어보자’, ‘업무에 매진해보자’, ‘이 회사에서 내 인생의 승부를 걸어보자’고 하는…

  • 처음처럼

    시신영복 선생의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다.  꽃과 나비“꽃과 나비는 부모가 돌보지 않아도 저렇게 아름답게 자라지 않느냐.” 어린 아들에게 이 말을 유언으로 안기고 돌아가신 분이 있습니다.  관련된 글: 산문, 4/100 강의 소설. 5/100 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음악. 4/100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 100년 (남무성) 시. 오뉴월.김광규 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병률 4….

  • 소설. 웃는 남자

    나는 이해한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이해한다는 말은 복잡한 맥락을 무시한 채 편리하고도 단순하게 그것을, 혹은 너를 바라보고 있다는 무신경한 자백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역시 남들처럼 습관적으로 아니면 다른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그 말을 할 때가 있었고 그러고 나면 낭패해 고개를 숙이곤 했다. – 웃는 남자. 황정은 관련된 글: 소설. 플라이…

  • 인요가 : 나에게 주는 최고의 이안과 휴식

    인요가 창시자 폴 그릴리가 정리한 핵심 수련법을 담았다. 인요가는 음양의 음(陰, yin)적인 요소에 주목하는 요가로, 온몸의 스트레칭과 이완에 중점을 둔 정적이고 편안한 요가를 말한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아쉬탕가, 빈야사, 비크람 등이 근육을 많이 쓰고 활동적인 양요가들인데, 이와 달리 인요가는 한 자세에서 오래 머무르고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인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여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 요가의 본래…

  • 2024년 2분기 읽은 책들

    정확히 노동조합으로 적을 옮긴 2분기부터 책을 더 많이 읽게 됐는데, 또 정확히 2분기부터 거의 기록하지 못했다. 많이 읽어서 기록을 못한 건지 바빠서 기록을 못한 건지 모르겠다. 스릴러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하는 프리다 맥파든의 작품. 평범한 가정부의 시선으로 시작해, 점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 심리 스릴러입니다. 빠른 전개와 예측 불가능한 반전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