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1 (8/10)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1 (8/10)

(슬래셔 무비에 거부감이 없다면) 단연코 추천합니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1 (8/10)

이 재미있는 슬래셔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이하 AHS)에 대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형편없는 시즌 ‘로어노크’ 때문이다.

내가 AHS에 빠져든 가장 큰 이유는, 9개의 시즌이 모두 다른 이야기이면서 같은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배우들의 변신을 보는 즐거움이랄까?

예를 들어 시즌 1 ‘저주받은 집’에서 가장 지독한 악령으로 등장하는 테이트는 시즌 4 ‘프릭쇼’에서는 동료들을 규합하는 리더로 등장하고, 역시나 시즌1에서 신선한 낙제생을 매력적으로 그려낸 ‘바이올렛’은 시즌 3 ‘마녀 집회’에서는 대 마녀 시대를 새롭게 열어갈 촉망받는 마녀인 ‘조이’로 그려진다.

이처럼 연결되지 않는 독립된 이야기(이 시즌들이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들에서 서로 다른 역할과 비중을 소화해 내는 것이 매우 독특하고 즐거웠다.

그런데 시즌 6 ‘로어노크’는 이 재미가 없다. 뿐만 아니라, 그 특색을 재밌어하는 시청자들을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고 있었따.

로어노크는 ‘블레어 위치’처럼 리얼한 느낌을 특징으로 내세운 시즌인데, 오랜 원주민의 원혼들과 엮인 집에서 TV쇼를 진행하고, 그 쇼가 원혼들과 얽히고 섥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저택 로어노크에서 기괴한 사건을 당한 사람들과 그것을 TV에서 재연하는 재연 배우들이 섞여 나오면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데, 배우들의 변신을 눈여겨 보던 나로서는 사건의 당사자도, 재연 배우도 모두 이전에 등장했던 주연 배우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몰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뭔가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줄 알고 한참을 집중했지만, 그저 연출과 기획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이 좋은 포맷의 드라마를 망친 ‘로어노크’ 시즌에 대해 이렇게 불편을 늘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9개의 시즌 중에 아직 2개의 시즌이 더 남았지만 추천하는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1984
  2. 마녀집회
  3. 저주받은 집
  4. 프릭쇼
  5. 호텔
  6. 정신병자 수용소
  7. 7등은 종말 혹은 컬트
  8. 8등은 종말 혹은 컬트
  9. 로어노크

1984는 한국 드라마 중에서는 ‘응8’정도 느낌인데 일상사 대신 고어한 슬래셔가 대신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엔 이 작품이 근래에 만들어진 것을 모르고 ‘옛날 작품인데 굉장히 세련됐네’라며 감탄했었다.

마녀 집회는 각각의 시즌으로 분리하면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 단순히 슬래셔 무비로 묶기 아까울 만큼 각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스토리 또한 치밀하게 짜여있다.

저주받은 집은 시즌1이므로 제작진의 의도를 조금 느낄 수 있었다. 1984와는 달리 웃음기를 싹 뺀 작품이다.

프릭쇼는 순전히 너무 이질적이라 잘 와닿지 않았을 뿐, 소재는 매우 독창적이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람들의 불편함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까발린다는 면에서 마녀집회와 같이 매우 사회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병자 수용소는 그저 그랬다.


2개의 시즌을 마저 보고나서 전체 순위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2 (8/10)

Similar Posts

  • 하나와 앨리스 (8/10)

    관련 정보 : http://imdb.com/title/tt0407851/ 이와이 슈운지의 장기인 ‘작은 이야기 예쁘게 보여주기’가 자유분방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게다가 전형적인 성장영화의 틀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있어서 ‘귀엽다, 예쁘다..’하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10대의 사랑과 우정, 고민의 고만한 나이에서 감당하기 힘들만큼 크고 무겁습니다. 그것은 30대의 사랑, 인생, 가정에 대한 고민과 마찬가지의 크기인 것을, 어른이 되고나면 종종 잊곤 하지요.잊어버리고 있던 감성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는…

  • 날씨의 아이 (10/10)

    이 작품은 추천합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는 미야자키 하야오와는 다른 의미로 환상적이고 동화적입니다. 미야자키의 작품들이 순박하고 다정한 시골쥐 같다면, 신카이의 작품들은 매우 세련되고 눈치 빠른 서울쥐 같습니다. 거리 풍경에 대한 묘사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 보는 이의 감상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고, 어떻게든 삶을 뚫고 나가는 15살의 소년 소녀 의지와 판단은 웬만한 성인보다 치열하고 정확합니다. 한편,…

  • [옮겨두기] 인터뷰. 진짜는 귀하다. 흔하지 않다.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인터뷰를 하나 발견했다. 최민식의 인터뷰인데 그는 자기의 기저에 연민이 깔려있다고 했다. 모든게 불쌍하고 또 불쌍하다고 했다. 나의 밑바탕에 있는 정서는 연민인 것 같다. 모두가 불쌍하다. 세상이 불쌍하고, 그 안에서 제각기 먹고살겠다고 바둥대는 사람이 불쌍하고, 나쁜 놈이든 좋은 놈이든 뚝 떨어져서 보면 모두가 다 측은하다. 그리고 자기를 가꾸는 데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나를…

  • 더 퍼스트 슬램덩크 (10/10)

    슬램덩크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다케히꼬 이노우에. 그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노우에가 얼마나 뛰어난 아티스트인지 보여주는 장면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해변에 와 부서지는 파도의 거품, 해가 넘어가는 황혼의 구름, 턱을 타고 떨어지는 땀방울, 77-76 1점차로 역전한 후 무음으로 일관하는 긴 시퀀스, 움직이는 수채화를 보는 듯한 동화, 특히 더 돋보인 부드러운 움직임, 배경음악 등등 말입니다….

  •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2/10)

    추천하지 않습니다. 주재료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음식인데다가 짠 맛인지 단 맛인지도 구별할 수 없었습니다. 관련된 글: 하류인생 (5/10) 닌자 어쌔신 (3/10)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5/10) 악인전 (5/10) 해빙 (9/10) 더 포리너 (7/10) 레드 노티스 (6/10) 신 테르마이 로마이 (3/10)

  • 설국열차 (5/10)

    http://www.imdb.com/title/tt1706620 봉준호의 설국을 이제서야 꺼냈다.스테이지 방식의 RPG 게임. 상투적인 메타포와 반전 없는 결말.실망스럽다. 제목 탓인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자꾸 떠올랐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영화가 터널부터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관련된 글: Felon (8/10) 스타쉽트루퍼스 3 (1/10) 화피, Painted Skin (6/10) 방콕 데인저러스 (2/10) 이글 아이 (8/10) 세븐데이즈 (9/10)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