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을 다시 읽다

자본론을 다시 읽다

어떻게 된 연유에서인지 나는 최근에 자본론을 다시 읽고 있다.

물론 맑스의 원전은 아니고 자본론을 기반으로 현재를 재조명하거나 만화로 그려내거나 강의를 요약하거나 하는 부스러기 같은 책들이다.

자본론을 다시 읽다

처음 자본론을 읽던 때가 기억난다.

이십 몇 년 전, 그때의 내게 자본론은 무리한 운동, 흡수되지 않는 과잉 영양, 몸에 맞지 않아 어딘가 불편한 옷, 그런 느낌이었지만 입시를 앞둔 수험생처럼 암기하고 집어 넣고 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가 노동자의 잉여 노동을 빨아 먹는 자본가의 지배하에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사회를 뜯어 고치기 위해 애썼다. 지금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좌파인 나는 일상의 모든 판단 기준과 행동 양식을 그에  맞추려 노력했지만 지금의 나는 전형적인 쁘띠 부르주아지 임금 노동자의 전형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심하지만 그렇다.

자본론을 다시 꺼내 들고서 2가지 상반된 생각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자본가가 되지 못했다는 뒤늦은 후회와 그럼에도 이 자본주의를 고쳐야 한다는 오래된 의무감 말이다.

Similar Posts

  • 소설. 5/100 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아담도 이브도 없는 –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문학세계사 이 책을 두권이나 샀다. 이미 읽으려고 사 놓았는데, 없는 줄 알고 또 산.전작주의는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나중엔 집착이나 의무 같은 게 되기도 하는데 그래서 아멜리 노통이 약간 지겨워지려고 한다. 이 책은 그녀의 첫사랑에 관한 담담한 진술이지만 웬지 모두가 사실일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린리’는 애초부터 가공의 인물이…

  • 오역. 아르마니 소송 vs. 아르마니 정장

    마샬 맥루한의 저 유명한 “미디어의 이해’를 이제야 정독하게 되었는데, 실소를 금치 못할 오역이 서문부터 등장했다.문제의 부분은 서문 15page, 아래와 같다. 훈계는 중세의 교훈극이나 돈존슨의 아르마니 소송 Armani suit처럼 단순하다. 아르마니 소송? Armani suit?역자는 아마 불안했는지 친절하게도 영문을 함께 적었다.이책의 번역자는 이한우, 김성기 두사람이다. 이 두사람의 오역일까? 역자 : 이한우고려대학교 영문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한 뒤,…

  • 그때 그 마음(2022 제67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23년 만에 만난 친구의 이야기다. 둘의 가정 모두 IMF 위기를 맞아 하나는 어학연수를 포기하고 하나는 멕시코의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분리된 채 지나간 23년의 시간, 그 세월 속에서 빛바래고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둘은 다시 연결된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 것은 후반부인데, 화가 잠자의 가상 세계 속에 빠져든 혜성의 오해를 통해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집에 대해 깊은 의미를…

  • 산문. 6/100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지난 달 다녀온 도서박람회에서 싸게 얻어온 책 중의 하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는 정말이지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그 후속작인 신/나무/뇌/타나토스 등에는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이 책은 지식을 가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그것을 왜곡하지 않고 재해석하거나 더 큰 의미를…

  • (미치도록 쉬운) 기타 연주곡집

    노래를 부르면 즐거워질까 해서, 기타를 꺼내 다시 조율했습니다. 요즘은 튜닝기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정밀한 조율이 가능하더군요. 연주프로그램이나 소셜 기능이 엮인 앱들도 많았고요. 3/4박자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딩딩딩 하며 기타를 배우던 시절은 이미 오랜 전설이겠습니다. 조율 하다가 줄이 끊어져서 다시 주문을 하고 책을 빌려왔습니다. 예전에 부르던 노래는 많이 없지만 그래도 절반쯤은 흥얼거릴 수 있었습니다. 손가락은…

  •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제목 그대로 다른 사람과 점심 먹는 일이 편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글입니다. 정지돈 작가의 책을 찾다가 발견했는데 점심 식사 하면서 읽을 법한 글들을 10명의 작가가 각각 3-4편씩 글을 실었습니다. 김신희의 글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밥 사줄게’라는 말의 뜻’은 무척 공감가는 글이었는데 이글의 포이트는 ‘흥분하면 존대말을 쓰는 타입’이라는 표현입니다. 10여년간 코미디 작가를 했던 이력 때문이었을가요? 작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