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 5. 2018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흥규의 글은 아기자기하지만 묵직하다. 글 쓰기를 운명처럼 생각하는 작가에게서 나타나는 무게와 아우라이다. 김수영이나 최인훈같은 천재들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고. 대부분의 작가들은 열심히 쓴다. 쓰고 또 쓴다. 그들 중 일부는 제법 울림도 있고 깊이도 있지만 거기까지이다. 마르께스의 마술같은 리얼리즘을 따라하는 실험도 재미는 있었지만, ‘백년 간의 고독’을 통해 이미 감동할만큼 감동한 나는 손흥규가 이런 시도를 그만…

  • 4.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화 내는 방법

    어쩌다가 이런 책에 손 댔는 지 모르겠지만, 금방 읽었다. 솔직히 어쩌다는 아니고 오후에 당황스런 일이 있었다. 조직원 A의 업무에 자꾸 펑크가 나서, 관련 파트원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업무를 모두 펼쳐보고 우선 순위와 리소스 투입을 점검하는 회의를 진행했었다. 이 회의의 목적과 배경을 설명하고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 지 논의해보자고 말을 꺼내자 마자, A가 묘한 미소를…

  • 오래된 서랍. 강신애

    오래된 서랍. 강신애 나는 맨 아래 서랍을 열어보지 않는다더이상 보탤 추억도 사랑도 없이내 생의 중세가 조용히 청동녹 슬어가는 긴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서랍을 연다노끈으로 묶어둔 편지뭉치, 유원지에서 공기총 쏘아맞춘신랑 각시 인형, 건넨 이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코 깨진 돌거북, 몇 권의 쓰다 만 일기장들…… 현(絃)처럼 팽팽히 드리운 추억이느닷없는 햇살에 놀라 튕겨나온다 실로 이런 사태를 나는 두려워한다…

  • 3.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창업하라!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기에 망정이지. 놀랍게도 이 책의 후반 2/3는 ‘(한국에서) 요식업을 상공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한국 요식업 역시 내용이 부실하다. 그리고 초반 1/3은 베트남 주제이긴 한데 그마저도 절반쯤은 인터넷과 도서관을 조금만 뒤지면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저자가 직접 쓴 것으로 짐작되는 절반쯤은 너무 뻔하다. ‘사업에 모든 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음식 재료는…

  • 2. 마음을 낚는 이야기꾼 웹소설 작가 되기

    이전에 읽었던 작문 서적이나 시나리오, 희극 작법 등에 관한 책과는 많이 다르다. 작가 서문도 게임 레벨업 이야기가 등장할만큼 다른 형식과 내용이다. 특히나 이 책을 꺼내기 전에 오래 전에 읽었던 시드 필드의 ‘시나리오 쓰는 법’을 뒤적거리며 추억에 잠겼던 터라, 서문에서부터 눈쌀이 찌푸려졌다. 웹 소설을 싸봐야겠다고 계획한 이유는 나를 내려놓고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 1. 만화로 보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늘 요즘 정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가려움이 있었다. 즉 자본이 생산 수단에 투자되지 않고 금융 자본으로 주 무대를 옮기고 나서 더이상 이윤이 생산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약간은 언급되어 있고, 무엇보다 알기 쉽고 읽기 쉽다. 또한 뵘바베르크의 주장대로 ‘상품에 대한 마르크스의 가정’은 여전히 옳은 지 않다면’ 종종 궁금했는데, 이도 추가로 읽을 부분이다.

  • 고임금 노동자

    노동 조합 덕분에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힘이 강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상대적인 부유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들은 가난한 노동자들과의 경쟁이 가져올 수 있는 자신들의 노동력 가치 절하를 두려워한다. 자신이 공들여 얻은 것을 지키기 위해 안달이 난 고임금 노동자들은 종종 타지 노종자들에게 가혹한 시선을 보내며, 동료 노동자들보다 고용주들을 더 신뢰한다. … 강력한 생산능력 덕분에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사회적…

  • 자본론을 다시 읽다

    어떻게 된 연유에서인지 나는 최근에 자본론을 다시 읽고 있다. 물론 맑스의 원전은 아니고 자본론을 기반으로 현재를 재조명하거나 만화로 그려내거나 강의를 요약하거나 하는 부스러기 같은 책들이다. 처음 자본론을 읽던 때가 기억난다. 이십 몇 년 전, 그때의 내게 자본론은 무리한 운동, 흡수되지 않는 과잉 영양, 몸에 맞지 않아 어딘가 불편한 옷, 그런 느낌이었지만 입시를 앞둔 수험생처럼 암기하고 집어…

  • 허수경이 갔다. 혼자서. 먼 집으로.

    좋아하는, 존경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시인이었다. 그녀의 슬픈 웃음 소리 ‘킥킥’을 듣고나서부터 나는 그 발랄한 슬픔에 푹 빠졌다.들춰보니, 몽생 취사하고, 불취불귀하여, 모든 게 흐릿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내 기억에 어느 여대의 교수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무언가 뒤섞인 뿌연 기억이었나 보다. 독일로 유학을 간 것도, 거기서 현지인 교수와 결혼을 한 것도, 암에 걸린 것도, 아무 것도 알 지 못했다.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