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나희덕
어느 봄날. 나희덕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봄 꽃에 취한 게 얼마나 오래 전 일인지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봄날. 나희덕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봄 꽃에 취한 게 얼마나 오래 전 일인지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고생대 지나 빙하기를 네번이나 지나도록 당신이 보이지 않아 저는 견딘다는 말을 곱씹으며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https://creators.spotify.com/pod/profile/the3rdpen/embed/episodes/ep-e3ageq/a-ab460c
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 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 날…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애인이 보낸 편지를 받지 못한 채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렸고, 그 순간 내 마음 속에 있는 보석같은 순간들이 모두 별자리가 되어 하늘로 올랐다. 별이 환히 빛나는 밤하늘 아래 어딘가 나는 쓰러졌다. 그 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온다. …
어머님의 칠순을 기념하여 가족여행을 준비하면서 보게 됐다. 올컬러에 전국을 망라해 놓긴 했지만, 지역별로 보기 힘들어 실속이 떨어진다. 나중에 가보고 싶었던 곳과 도움이 되겠다 싶은 내용은 아래 메모에. 경상북도 청송 : 주왕산 국립공원, 주산지, 송소고택, 청송온천관광호텔, 솔기온천 통영 : 소매물도, 전혁림 미술관, 박경리 기념관, 주전부리 (엄마손 충무김밥, 풍화김밥, 오미사 굴빵, 꿀봉이, 할매우짜) , 카페 포지티브즈 통영,…
옛 마을을 지나며.김남주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선생은 꿈꾸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목숨을 바친 그의 한걸음 한걸음 덕분에 꿈 같던 세상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남주 선생만한 시인은 이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런 김남주 선생의 깊은 속에…
추위를 막기 위해 털어 넣은 독주가 눈물이 되어 툭 털어지는 대관령길. 우린 모두 길 위에 서 있다. ps.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대관령길을 내려가던 때가 생각난다. 이 길에서 한순간에 저기 먼 낭떠러지로 날아갈 수도 있겠구나.
‘푸른 수염’이라는 원작 동화가 있는 줄 몰랐다. 책의 말미에 번역가 이상해씨의 소감을 읽고 알게 됐는데 꽤나 잔혹하다. (미안하지만 이상해씨는 글을 쓰지 않는게 좋겠다. 작품이 가진 여운을 모두 날려버린다.) 아멜리의 경우 원작을 재해석한 작품이 꽤 많은데 이런 패러디보다는 오리지널 작품이 훨씬 좋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리지널 창작에서 그녀의 기발한 창의력이 훨씬 돋보인다. 연쇄살인마와 아멜리의 대결, 결말이 궁금했지만…
원제는 Things fall apart이고 영어로 쓰여졌다. 때문에 이 작품이 온전한 아프리카 문학인지 잠시 의문이 들었다. 1/3 정도 읽고서 아프리카를 이렇게 제대로 묘사한 작품은 처음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보다 완벽한 제목은 없을 것이라는 감탄도 들었다. 원제의 느낌을 한국어 제목이 충분히 살리고 있는지, 나라면 어떻게 번역했을 지도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Things는 그야말로 Things다. 부족, 친척, 풍습, 신, 규율,…
없는 사람은 늘 아프다.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마저도 아프다. 없는 사람의 아픔은 약을 먹어도 침을 맞아도 가시지 않는다. 없는 사람은 아프고 아파서 더이상 아픔이 아프지 않아 웃게 될 때까지 산다. 아픔이 아프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박형준의 시는 애달프고 아리고 처연하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채 먼 산을 바라보는, 아주 창백하고 가녀린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외롭지만 세상을 다시 맞대는 것이 두렵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더 끔찍스럽다 생각한다. 박형준의 시를 읽으면, 읽는다기 보다 들이 마시는 것에 가깝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기분이 전해진다. 호오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온기가 빠져 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