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박형준의 시는 애달프고 아리고 처연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채 먼 산을 바라보는, 아주 창백하고 가녀린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외롭지만 세상을 다시 맞대는 것이 두렵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더 끔찍스럽다 생각한다.

박형준의 시를 읽으면, 읽는다기 보다 들이 마시는 것에 가깝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기분이 전해진다.

호오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온기가 빠져 나오는 냉랭한 어디. 한편에 낡은 의자가 있고, 그 의자 위에 녹는 듯 언 듯 오래된 눈사람이 있다. 아이가 고드름으로 코를 붙여 보지만 눈사람의 생명을 연장할 수는 없다. 의자도 눈사람도 웅덩이처럼 사라질 운명.

Similar Posts

  • 유에서 유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로 유명한 오은의 시집이다. “가을은 정작 설익었는데 가슴에 영근 것이 있어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일상을 묘사하는 단순한 표현이지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던 감정들이라 더욱 와닿는다. 유쾌한 말놀이와 묵직한 현실 비판, 가벼움과 무거움이 혼재하는 이 시집은 재미있다. 관련된 글: 계간지. 세계의 문학 2003년…

  • 옛 마을을 지나며.김남주

    옛 마을을 지나며.김남주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선생은 꿈꾸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목숨을 바친 그의 한걸음 한걸음 덕분에 꿈 같던 세상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남주 선생만한 시인은 이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런 김남주 선생의 깊은 속에…

  •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방 불을 끄고 누워 전자책을 읽다가 이런 시는 남겨두어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종이책은 사진을 찍어 올리는 맛이 있는데, 전자책은 사진을 찍으면 재미가 없고 캡처도 되지 않아서 천상 타이핑을 해야겠습니다. 박준의 시는 전반적으로 약간 슬픕니다. 죽음의 향내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눈물이 말라 쓸쓸한 풍경을 연상케 합니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에서 정서적으로 닿지 않는…

  • 자기계발. 8/100 리더의 언어

    리더의 언어;한근태 지음/올림 혼자 마이크를 독차지하고서 왜 말들이 없냐고 묻는 자뻑형, 총애하는 임직원만 따로 불러 비밀스런 대화를 즐기는 독대형, 애매하기 그지 없는 표현을 일삼는 선문답형 등도 조직을 멍들게 하는 리더들이다.  나는 어떤 스타일인가? 관련된 글: 자기계발. 부하를 내편으로 상사를 내 마음대로 섀클턴의 리더쉽 자기계발. 8/100 코칭의 기술 자기계발. 15/100 서번트리더십 자기계발. 41/100 오다 노부나가 경영…

  • 12/100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신시야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서돌 이 책은 리더쉽과 코칭, 팀웍과 성과라는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많은 서적들과 그 톤이 매우 다르다. 나쁘게 말하면 보수적이고 구시대적이며 좋게 말하면 그래도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라고 평할 수 있다. 회사가 대외 홍보용으로 내세우는 가치규범을 믿지 마라 : 이 책에 의하면 여전히 회사는 이런 사람을 좋아한다. 가족보다는 일을…

  • 자기계발. 24/100 서비스 수익 모델

    올바른 수익 모델은 고객의 만족도와 종업원의 만족도를 체계적이고 밀접하게 연결하는 데에서 만들어진다. 고객의 만족도야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종업원의 만족도는 다소 생경하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의 만족도와 그들과 최일선에서  접촉하고 있는 종업원의 만족도는 당연히 일치할 것. 관련된 글: 자기계발. 8/100 코칭의 기술 31/100 It's not luck 1/100. The Goal 자기계발. 15/100 서번트리더십 자기계발. 42/100 탁월한 조직이 빠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