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박형준의 시는 애달프고 아리고 처연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채 먼 산을 바라보는, 아주 창백하고 가녀린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외롭지만 세상을 다시 맞대는 것이 두렵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더 끔찍스럽다 생각한다.

박형준의 시를 읽으면, 읽는다기 보다 들이 마시는 것에 가깝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기분이 전해진다.

호오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온기가 빠져 나오는 냉랭한 어디. 한편에 낡은 의자가 있고, 그 의자 위에 녹는 듯 언 듯 오래된 눈사람이 있다. 아이가 고드름으로 코를 붙여 보지만 눈사람의 생명을 연장할 수는 없다. 의자도 눈사람도 웅덩이처럼 사라질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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