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박형준의 시는 애달프고 아리고 처연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채 먼 산을 바라보는, 아주 창백하고 가녀린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외롭지만 세상을 다시 맞대는 것이 두렵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더 끔찍스럽다 생각한다.

박형준의 시를 읽으면, 읽는다기 보다 들이 마시는 것에 가깝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기분이 전해진다.

호오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온기가 빠져 나오는 냉랭한 어디. 한편에 낡은 의자가 있고, 그 의자 위에 녹는 듯 언 듯 오래된 눈사람이 있다. 아이가 고드름으로 코를 붙여 보지만 눈사람의 생명을 연장할 수는 없다. 의자도 눈사람도 웅덩이처럼 사라질 운명.

Similar Posts

  • |

    사진집. Tree, Body and Snow

    일반적으로 보아왔던 잘 찍은 혹은 멋진 사진들과는 조금 다른 사진집이었습니다. 일상을 포착하는 작업이었다고 하는데, 한장 한장은 별 특징이 없었지만 이렇게 모아서 보니 색다른 감상이 들었습니다.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사진집이었습니다. 사진작가 고천봉의 두번째 사진집인데, 사진집의 말미에는 ‘나는 사진가가 아닙니다’라는 단편 소설이 실려있습니다. 일상의 사진을 모은 사집집에 사진가가 아니라는 고백을 듣고 보니 일상이야말로 우리의 삶…

  • |

    아름다운 사찰여행 : 인생에 쉼표가 필요하다면 산사로 가라

    주말에는 전국에 산재한 대한불교조계종의 교구본사를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글을 남기는 일을 하고 있다.다른 사람들은 어떤 감상을 가졌을까? 어떤 사찰을 찾아다닐까? 궁금해서 열어본 책. 저자는 전국의 아름다운 사찰들을 소개하며, 그곳이 단순히 종교적인 장소가 아니라 우리 영혼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안식처’라고 이야기한다. 산사의 정막함과 처마 끝 풍경 소리.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사의…

  • 어느 봄날. 나희덕

    어느 봄날. 나희덕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봄 꽃에 취한 게 얼마나 오래 전 일인지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관련된 글: 시. 혼자 가는 먼 집, 불취불귀 –…

  •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 blue

    냉정과 열정사이.blue는 남자, 쥰세이 아카다의 이야기이다. Rosso편을 읽으면서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했던 내용은,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조금은 흥미가 떨어지기도 한다.로쏘와 블루를 두개의 다른 작품이라고 본다면,‘소설’이라는 측면에서는 블루가 훨씬 빼어나다고 할 수 있다.스승 조반니와의 갈등과 복원사로서의 쥰세이가 겪는 일상의 이야기들이,아오이에 대한 사랑과 묘하게 엮여가면서 뿜어내는 긴장감과 흥미.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의 저력이 저력이 엿보인다.그렇지만 이 소설은 결정적인 몇 단락에서정말이지…

  • (미치도록 쉬운) 기타 연주곡집

    노래를 부르면 즐거워질까 해서, 기타를 꺼내 다시 조율했습니다. 요즘은 튜닝기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정밀한 조율이 가능하더군요. 연주프로그램이나 소셜 기능이 엮인 앱들도 많았고요. 3/4박자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딩딩딩 하며 기타를 배우던 시절은 이미 오랜 전설이겠습니다. 조율 하다가 줄이 끊어져서 다시 주문을 하고 책을 빌려왔습니다. 예전에 부르던 노래는 많이 없지만 그래도 절반쯤은 흥얼거릴 수 있었습니다. 손가락은…

  • 나는 공산주의자다

    생일 선물로 여기저기서 책을 많이 보내주셨다. 감사드린다. 오늘 받은 책은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핑돌아 더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공산주의자다 1 – 허영철 원작, 박건웅 만화/보리 바로 이 책이다. 서른 여섯에 감옥에 들어가 비전향 장기수로 36년을 보내고 일흔 둘에 나온 허영철 선생의 이야기. 한창 젊은 시절을 보내고 나이 들어 흉하게 죽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