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박형준의 시는 애달프고 아리고 처연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채 먼 산을 바라보는, 아주 창백하고 가녀린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외롭지만 세상을 다시 맞대는 것이 두렵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더 끔찍스럽다 생각한다.

박형준의 시를 읽으면, 읽는다기 보다 들이 마시는 것에 가깝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기분이 전해진다.

호오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온기가 빠져 나오는 냉랭한 어디. 한편에 낡은 의자가 있고, 그 의자 위에 녹는 듯 언 듯 오래된 눈사람이 있다. 아이가 고드름으로 코를 붙여 보지만 눈사람의 생명을 연장할 수는 없다. 의자도 눈사람도 웅덩이처럼 사라질 운명.

Similar Posts

  • 어느날 애인들은. 허수경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애인이 보낸 편지를 받지 못한 채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렸고, 그 순간 내 마음 속에 있는 보석같은 순간들이 모두 별자리가 되어 하늘로 올랐다. 별이 환히 빛나는 밤하늘 아래 어딘가 나는 쓰러졌다. 그 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온다. … 관련된 글: 시. 혼자 가는 먼 집, 불취불귀 – 허수경 박준….

  • 시집. 10/100 쨍한 사랑 노래

    문학과 지성의 시집이 어느새 300권이다. 나와 당신의 완벽하고 지속적인 결합에 대한 열망은, 역설적으로 그것의 불가능성이라는 조건으로부터 그 강렬함을 부여받는다. ‘지속가능한’ 육체와 영혼의 결합은 없다. 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저 난폭한 시간 앞에서 막막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 다만 구체적인 것은 현존하는 두 사람의 육체일뿐.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사랑을 갈망할 수 밖에 없다. 이광호의 사랑에 대한…

  • 고양이 집사 자격 시험

    이 책을 쓴 발레리 드라마르는 동물행동 전문 수의사입니다. 프랑스에서 동물행동만 진료하는 동물병원을 앞장서 열었고 15년 넘게 고양이의 행동장애를 치료하고 있어요. 그래서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단박에 압니다. 고양이 말 동시통역사라고 할 수 있지요. 고양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의사소통 방식을 다룬 이 책은 고양이 말 ‘기초 회화’입니다. 책 소개 관련된 글: 고양이는 처음이라 : 고양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 |

    육아. 14/100 좋은 아빠로 살아보기

    아침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침이 엄마를 위한 좋은 지침서 한권과 꽃다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아빠라는 존재가 될 내게도 물론 책이 필요했다. 서문에 나온 이 구절을 읽고 이 책을 사기로 결심했는데, 특별히 바라는 것은 아빠가 되기로 한 당신의 결정이야말로 앞으로 하게 될 여러 가지 선택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보람되고, 놀라운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이…

  • 고양이는 처음이라 : 고양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법

    그냥 만화책으로 봐도 재미있습니다. 집에 알러지 있는 사람이 두명이나 있어 고양이를 키우진 못하지만 고양이는 정말 매력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됐습니다. 그간 SNS에서 즐겁게 봤던 여러 고양이 영상들을 떠올리면서 즐겁게 읽었고 고양이 지식이 좀더 늘어났습니다. 관련된 글: 만화. 맛있는 관계. 사토루 모키무라 만화. 피바다 학생작품집 1 Akiko Hatsu – 꿈 그리고 환상 26/100 만화 도쿠가와…

  • 36/100 iCon 스티브잡스

    400페이지가 훨씬 넘는 이 두꺼운 책을 3일만에 다 읽어 치웠다. 스티브잡스가 흥하고 망하는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는 일은 어지간한 대중소설을 읽는 것보다 재미있다. 책을 다 덮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렇다. ‘스티브는 어쩌면 빌 게이츠의 윈도우 점유율을 따라잡을 수도 있겠다’ ps. 스티브 잡스가 매력적이고 위대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는 지독한 성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