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길 위의 요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길을 걷습니다. 오래된 절과 오래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 어머니께

    요새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엄마가 지금보다 훨씬 건강했을 한 십년 쯤 전에광양 매실 축제 가서 산책도 하고지난 제주도 여행에서 그랬던 것처럼 갈치구이 같은 맛난 음식을 먹고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한라산에 온 식구가 도전해보고가까운 베트남에 훌쩍 다녀오거나 먼 유럽을 오랜 동안 여행해보거나그럴 껄 그랬다 싶은 아쉬움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은저도 어머니도 그런게 쉽지만은 않은 때가 많으니까요….

  • 2023년 겨울 제주여행

    2023년 2월 1일부터 2월 4일까지 제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긴 여행을 간 적이 없다보니 식구들은 모두 기분이 좋았습니다. 2019년 오사카 여행 이후 4년만의 비행기 여행이었습니다. 2월 1일 김포 공항은 몇 년 간 공사를 하더니 매우 깔끔하게 정돈되었더군요, 푸드 코드 또한 다양한 브랜드의 가게들이 세련된 인테리어로 입점했지만 맛은 별로였고 가격은 비쌌습니다. 한편 제주…

  • 인생은 아름다워 (7/10)

    주위에 환자가 없다면 그럭저럭 볼 만 합니다. ‘스카이캐슬’에서의 연기가 눈에 남았던 배우 염정아를 보기 위해 선택한 영화였습니다. 염정아는 고소영과 마찬가지로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배경 덕분에 그런 저런 조연을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스카이 캐슬을 보면서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년에 암 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중에 구다리를 접하고선 극장에서 볼까 하던 작품이었습니다. ‘말기암에 걸린 아내, 무뚝뚝하기…

  • 더 퍼스트 슬램덩크 (10/10)

    슬램덩크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다케히꼬 이노우에. 그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노우에가 얼마나 뛰어난 아티스트인지 보여주는 장면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해변에 와 부서지는 파도의 거품, 해가 넘어가는 황혼의 구름, 턱을 타고 떨어지는 땀방울, 77-76 1점차로 역전한 후 무음으로 일관하는 긴 시퀀스, 움직이는 수채화를 보는 듯한 동화, 특히 더 돋보인 부드러운 움직임, 배경음악 등등 말입니다….

  • y에게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제 당신 생각을 좀 했습니다. 새해 인사도 못했는데 문자라도 보내야지 했다가 이런 저런 감상이 길어져 편지를 쓰게됐습니다. ‘살아 있는 게 좋구나’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 없이 높은 하늘, 뺨을 간지르는 바람의 부드러움, 차마 올려다 볼 수 없는 눈부신 햇살, 계절의 변화에 철두철미한 나무와 나뭇잎, 꽁꽁 얼어버린 호수, 길고…

  • 2022년을 보내며

    2022년은 특별한 해였습니다. 힘든 수술을 마치고 무사히 1년을 보냈고(벌써 1년) 휴직 기간에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글도 많이 썼습니다. 1년을 기념하여 ‘죽음을 기억하라’는 문신도 하나 했습니다. 메멘토 모리 –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찾아보고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거의 다 만났습니다. 좀 더 가까이 지내고 싶었고 앞으로는 그렇게 지내자고 말을 전했습니다. 모든 분들과 한번씩…

  • 부모의 길

    부모의 길은 참으로 험난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좋겠다고. 지난 주말에 둘째가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추운 날 몸을 풀지 않고 꽁꽁 언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넘어졌는데 그만 팔이 부러졌습니다. 팔이 부러져 수술을 앞둔 아들을 바라보는 것은, 측은하고 안된 마음, 그런 것이었습니다. 입원 일정은 3박 4일이었고 누군가는 식사를 챙겨야 하니 어머니께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간의…

  • 시집.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ㅐ최근 몇 년은 책을 많이 읽지 못했고 특히 시집은 일년간 열권도 읽지 못했습니다. 지난 번 김승희의 시를 읽으면서 새로운 시인과 시구를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다시 알게 됐습니다. 박형준과 이장욱이 엮은 시집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입니다. 시 ‘가구의 힘’과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를 통해 박형준 시인은 제가 손에 꼽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박형준…

  • 광파 오븐에 고구마 굽기 + 허니버터 군고구마

    고구마는 잘 씻어 앞과 뒤를 조금씩 잘라주고 포크로 구멍을 냅니다. 광파 오븐을 230도로 예열하고 받침판 + 낮은 석쇠 + 발열판을 놓고 받침판에 물을 한컵 붓습니다. 230도에서 30분 ~ 40분간 굽습니다. 이렇게만 먹어도 맛있지만 조금 색다른 맛을 원한다면,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허니버터 군고구마를 만들어 봤습니다. 재료 조리

  • 닭 볶음탕

    잔치국수를 먹고나서 예준이는 학원을 갔고 민준이는 친구들과 놀겠다며 나갔습니다. 벌써 아이들은 휴일에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잘 떠나 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독립할 때 스스로 잘 설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부모의 몫인거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이 무조건 부모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경우 아이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 잔치 국수

    민준이가 1시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 하니 점심을 좀 일찍 챙겨달라네요. 그래서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도 국수 요리를 하려고 비빔 국수? 잔치 국수? 물어보았습니다. 예준은 잔치국수, 민준은 비빔국수, 아니 잔치국수라고 답했습니다. 국물을 잘 만드는 것이 관건인데, 아예 간을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양념장을 넉넉히 만들어 그것으로 각자의 취향을 맞추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좀 싱거웠습니다….

  • 김승희. 희망이 외롭다

    시를 읽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아니 즐겁다기보다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습니다. 좋은 시를 발견하고 마음에 드는 싯구를 찾아내는 순간만큼 뿌듯한 일은 흔치 않습니다. 김승희 시인은 딱히 마음에 둔 시인은 아닌대, 제목이 눈에 띄어 담았습니다. ‘하물며’라는 말, ‘부디’라는 말, ‘아직’이라는 말 등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부사구의 의미를 확장하고 새롭게 다듬은 시들이었습니다. 이미, 어쨌든, 비로소, 아랑곳없이, 저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