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어느 날

사건 1.

작년 8월, 상위 조직장 하나가 1년 넘게 제 험담을 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던 중에 그가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에게도 성희롱과 협박, 평가 조작 등 여러 잘못을 저지른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인티그레티 위반으로 가해자를 신고했고 반년 간의 조사를 거쳐 권고 사직됐습니다. 조사 중에 그는 다른 부하 직원을 시켜 2차 가해를 시도하기도 했고 조사하다보니 몇년 전에도 성희롱으로 신고된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 전력이 있는 사람을 조직장으로 세우는 엉성한 인사 시스템과 아무런 처벌 없이 사직으로 덮으려 급급하는 회사를 보니 신뢰가 바닥을 치게 되더군요.

월급을 받고 자신의 유일무이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현대 자본주의에서 프롤레타리아가 살아가는 방법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건 2.

많이 회복됐습니다. 작년 하반기 회사일이 매우 많아 야근에 외근으로 무리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큰 탈 없이 지낸 것을 보니 체력도 제법 올라온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 것에는 회의적입니다. 겨우 6개월씩 연장되는 삶을 살고 있으면서 이 소중한 시간을 얼마되지 않는 월급을 위해 이렇게 흘려야 할까 하는 것이죠.

그게 가장의 무게라면, 참 무겁습니다.


뭘 해도 재미가 없습니다. 책도 잘 읽히지 않고, 영화도 드라마도 음악도. 게임도. 그나마 자주 손이 가는 드라마는 ‘굿 닥터’입니다.

자폐증이 있는 외과 의사의 이야기인데, 배경이 병동이다보니 여러모로 익숙합니다. (이런 게 익숙하다니?)

식상한 대사들을 들을 때마다 위의 사건들과 저의 남은 시간들을 묶어 봅니다. 안개처럼 흐릿하고 쥐어지지 않는 시간들, 그것은 나의 미래이면서 지나온 과거입니다.

  • 그의 죽음은 당신 잘못이 아니야
  • 환자들을 만날 시간은 항상 있어요, 어서 와요.
  • 집에 가고 싶어요.
  • 장난이에요, 당연히 수술 받을 거에요.

이러다가, 또 아프면 얼마나 후회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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