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기행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삼성산(三聖山)
신라 문무왕 17년(677년) 원효·의상·윤필 세 스님이 막을 치고 수도한 자리에 창건
신라 말 도선국사가 중건해 ‘관음사’라 했다가 고려 태조가 중수하며 ‘삼막사(三幕寺)’로 개명
밤이나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그날도 그랬다. 불안한 오전을 흘려보내고 나니 갈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어디든 나서야겠다 싶어 경기도 안양에 있는 삼막사로 출발했다.
주차를 하고 천천히 언덕길을 올랐다. 옆 계곡엔 물이 적었는데도 놀러 나온 사람이 꽤 많았다. 그렇게 한가롭게 걷던 것도 잠시, 첫 표지판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무려 3km 이상을,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으로 걸어야 했다.
어쩐지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죄다 등산화에 배낭 차림이더라니. 언덕을 오르내리는 자전거들을 보니 여기가 꽤 유명한 업힐 코스인 모양이었다. 태양은 뜨겁고 아스팔트는 달궈졌다. 머리와 등과 가슴으로 땀이 줄줄 흘렀다. 다리가 아픈 뒤로 산행은 마음에 둔 적도 없었는데, 어쩌다 이런 힘든 길을 걷게 됐다. 끝까지 오를 수 있을까, 속으로 걱정이 많았다.
삼막사
힘겹게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삼막사에 도착했다. 삼막사는 원효, 의상, 윤필 세 사람이 막(幕)을 치고 수행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절은 신라시대에, 삼층석탑은 고려시대에, 마애삼존불은 조선 후기에 지어졌다고 하니, 한 절에 천 년 넘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셈이다.
대웅전이 보이지 않아 의아했는데, 1990년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은 육관음전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한다. 육관음전에는 관음보살상이 여섯이나 모셔져 있었고, 특히 왼쪽에 처음 보는 모습의 관음상이 있어 한참 흥미롭게 들여다봤다.
망해루 뒤편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망해루 뒤편의 전망이었다. 거기 앉아 경기도 어디쯤의 산과 아파트, 하늘과 또 산을 한참 내려다봤다. 올라오느라 흘린 땀과 걱정이 그 풍경 앞에서 조금은 가라앉았다.
안내판을 보니 조금 더 오르면 남녀근석이 있다고 했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성기 숭배 신앙의 흔적이라는데, 더 올라갈 체력이 손톱만큼도 남지 않아 실물은 보지 못했다. 다음에 오면 그땐 꼭. 천불전과 육관음전에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잠시 명상을 했다. 숨을 고르는 동안 오전 내내 나를 짓누르던 불안이 어느새 옅어져 있었다.
오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는 절이었다. 불안해서 떠난 길 끝에 이렇게 고요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이 전부다.
ps. 오르내릴 땐 멀쩡했는데, 그날 저녁 발가락에 수축이 심하게 와서 한참 고생했다. 힘들다. 그래도,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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