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벌써 1년

작년 오늘, 세번째의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살아 있어 고맙습니다, 라고 쓰려다가 잠시 멈췄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정말로 제게 위안이 되는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해 매우 자주 생각할 수 있는 일상, 그 자체입니다.

마음이 상하거나 화가 날 때, 우울하거나 힘들 때 예전보다는 쉽게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됐습니다. 툭툭 털어 버릴 수 있고 혹은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넘어가는 부드러움.

바람이 불 때, 햇볕이 빛날 때, 요즘처럼 다채로운 낙엽이 떨어질 때, 하늘이 깊이 푸를 때, 아이들이 웃을 때, 자전거를 타고 맞바람을 맞을 때, 요리를 하고 식구들이 맛있게 먹을 때, 살아 있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엊그제 재미있는 트윗을 봤습니다.

벌써 1년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는 생애 처음 맛 보는 수박처럼 더 재미있는 무엇을 더 많이 겪어보는 것일 거에요.

내년 이맘 때에는 새로 맛 본 과일과 여행과 책과 운동으로, 다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좀 더 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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