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정기 검진

1차 정기 검진

2021년 11월 위암 전절제 수술하고 2022년 6월 1차 정기 검진으로 CT 검사를 통해 경과를 살펴봤습니다.

CT 검사를 위해 사전 6시간 금식 지시가 있었는데, 깜빡잊고 점심을 먹어서 무려 5시간을 기다렸다가 검사를 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1차 정기 검진
CT

항상 정기 검진의 결과를 보는 날은 ‘혹시 재발하지는 않았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긴장되고 두렵습니다. 특히나 5년 후 재발을 두번이나 겪은 탓인지 지난 1주일은 다른 일에 집중력도 떨어지고 잡념이 많았습니다. 그러더니 당일인 오늘 새벽에는 4시 30분에 잠이 깨서 뒤척뒤척 아침까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암센터에 가면 암 환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수척하게 마른 얼굴로 대기실을 메운 많은 사람들,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진 분들도 많고 생기가 없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부분은 무표정하고 간혹 식구들과 정담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위로하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얼굴에 내 얼굴을 올려보고 그들의 표정에 내 눈을 얹어봅니다. 마음이 숙연하고 그간 일상에 파묻혔던 삶에 대한 진지함이 새삼스럽습니다.

그래 삶은 이런 거였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살얼음이 덮힌 깊고 차가운 호수.

검사 결과는 깨끗했습니다. CT 검사는 이상이 없었고 혈액 검사도 정상적이었습니다. 6개월 후 다음 검사에 대한 설명과 일정을 듣고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이제 다시 6개월의 생명을 받았습니다. 소중하게 보내겠습니다.

Similar Posts

  • 남은 책

    책장에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도 마음에 드는 책이 보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첫장을 열면 한번도 쉬지 않고 끝까지 읽어 내려갈 것 같은 마음이지만 새로 산 책들도 곧 남은 책 더미에 쌓일 뿐이다. 생명을 태워 남편과 아버지와 아들의 자리를 밝힌다는 생각에 남은 책을 어서 읽어야 할텐데 조바심이 들 때가 있다. 근래에 죽은 사람들을 떠올려…

  • 벌써 1년

    작년 오늘, 세번째의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살아 있어 고맙습니다, 라고 쓰려다가 잠시 멈췄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정말로 제게 위안이 되는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해 매우 자주 생각할 수 있는 일상, 그 자체입니다. 마음이 상하거나 화가 날 때, 우울하거나 힘들 때 예전보다는 쉽게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됐습니다. 툭툭 털어 버릴 수 있고…

  • semi nightmare

    식은 땀이 나면서 눈이 확 떠지는 그런 악몽은 아니지만, 다양한 종류의 어둡고 답답한 꿈을 거의 매일 꾼다. 가도 가도 내가원하는 길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사방이 뺵빽한 나무로 가득한 숲 한가운데 툭 떨어진다거나, 책 5권을 사야 하는데 2권이 보이지 않아 하루 종일 서점을 헤메인다거나 (물론 종업원들에게 물어 봤지만 대답을 받지 못했다) 하는 꿈이다. 이런 류의 꿈을 뭐라…

  • 테타니 증상으로 119

    무심하게도, 그리고 비참하고 애석하게도 다시 119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틀을 쉬고 이제야 상황을 정리해둔다. 4월 8일 오후, 모처럼 여유 시간이 생겨 산책 겸 사진 촬영을 위해 화성 행궁에 들렀다. 얼마 걷지도 않았고 무리한 일도 없는데 갑자기 왼쪽 종아리가 석고처럼 단단하게 경직되며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털썩 주저 앉았고 고통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종아리에 집중되는 통증을…

  • |

    J에게

    지난 주 네가 전해준 의외의 소식은 주말 내내 나를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다. 작년 언젠가 논현역 어디쯤을 나란히 걷던 기억. 동남아시아 IT 인력의 효율성과 조선일보에 나왔다던 서울 밤의 지나치게 밝은 조도 같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기억 말이야. 그리고 널 마중 나온 남편과 조카들. 특히 조카들의 밝은 표정과 눈빛에서 네가 얼마나 좋은 엄마일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단다….

  • 배부른 사자처럼

    요즘 산책을 할 때는 음악 대신 오디오북을 듣는다. 명상에 관한 책이다. 쿤달리니, 차크라, 경혈, 우주, 햇빛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중 그래도 선명하게 이미지로 그려낼 수 있는 문장이 있었다. 배부른 사자처럼 느긋하게 숨 쉬세요. 미래를 걱정하는 생물은 사람 밖에 없다고 한다. 동물들은 그저 지금, 지금 살아 남는 것에 집중할 뿐이다. 그러니 배부른 사자는 얼마나 느긋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