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최근 들어, 아마 수술이 다가올 수도록, 감정의 기복이 심합니다.

‘에라, 될대로 되라지. 별 일일이야 있겠지’ 싶은 생각으로 행복한 시간을 꿈꾸는 날이 있는가 하면, 창 밖의 햇살조차 보기 싫어 커튼을 닫고 우울해 지는 날이 있습니다.

물론 우울한 시간이 더 많습니다. 아마 내 몸이 당장 다가올 통증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남달리 두려울테고 뭔가 해야 할 일들이 잔뜩 남아있는데 남은 시간이 없는 막막함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깊이 가라앉다 보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몇 없음을 깨닫게 되고 ‘그래 이만하면 아주 망친 그림은 아니야’라고 체념하면서 기분이 좀 나아집니다.

수술까지는 3주의 시간이 있고, 그 이후는 사실 지나봐야 알겠습니다. 오늘은 유독 ‘울’의 기운이 강하네요.

Similar Posts

  • 마음의 평화를 구하다

    참으로 진지한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니체. 시지프스의 신화 위를 모두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고 점차 회복하는 중이지만, 곧 다가올 항암 치료 혹은 재발 가능성 등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어지럽고 괴롭다.니체는 존재론적 관점에서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지만 나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생존의 질문을…

  • 입원 준비물

    암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일주일 길게는 몇달까지 입원을 해야 합니다. 집에서 사용하던 일용품을 모두 가져갈 수는 없지만 입원하는 첫날부터 필요한 물품들도 있어 미리 준비하면 집을 왔다갔다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습니다. 수술을 하고 나면 사실 환자는 세수를 할 여력도 없을 때가 많습니다만, 보호자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세수는 물론 머리도 감고 때에 따라 기본적인 화장도…

  • 장염과의 싸움: 일주일의 회복 여정

    오랜만에 봉사 활동을 마치고 여유로운 대화를 즐긴 지난 주 일요일 저녁부터였다. 일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밥을 먹지 못했다. 밥 대신 죽을 먹으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먹는 둥 마는 둥 몇 숟가락 뜨다가 이내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일요일 밤에는 미열도 있고 설사가 반복되어 장염인가 자가 진단을 내렸다. 월요일에 증상이 악화돼 신열이 오르고 무력해졌다. 화요일에는 병원에 갔다….

  • 모처럼의 새벽

    아마도 ‘하아’ 소리를 낸 것 같습니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는데 안도인지 놀람인지 모를 큰 숨에 잠이 깼습니다. 5시가 조금 안된 시간, 여명이라기엔 날이 이미 매우 밝습니다. 자전거를 탈까 싶었지만 가뜩이나 칼로리가 부족한 상황이라 공복 유산소는 아무래도 적당하지 않았습니다. 머리 맡의 스마트폰을 켜고 스포티파이에서 early morning을 검색합니다. 시끄럽지 않을만한 플레이 리스트를 골라 음악으로 방을 채우고 침대에…

  • PET-CT 검사

    검사를 위해 아침을 거르고 오전 11시 30분부터 PET-CT 검사를 받았다. PET-CT는 대사 변화와 기능을 영상화할 수 있는 PET 검사와 구조적 이상을 영상화하는 CT 영상을 동시에 획득하여 뇌, 심장질환 및 종양 등을 진단하는 검사입니다. 핵의학과에 도착해 접수를 하고 옷을 갈아 입는다. 아래 위 흰 바탕에 병원 로고가 반복되는 환의를 입은 내 모습을 거울에서 발견하고 다시 절망에…

  • 위 전절제 환자의 저혈당 증세 대처법

    위 전절제 수술을 받고 나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바로 저혈당 증상이다. 밥을 먹었는데 왜 혈당이 떨어지는 걸까? 처음 겪으면 당황스럽고, 반복되면 두렵다. 나 역시 수술 후 4년이 지난 지금도 이 증상과 싸우고 있다. 왜 밥을 먹었는데 저혈당이 올까 위는 단순히 소화만 하는 기관이 아니다. 음식을 잠시 보관했다가 소장으로 천천히 내려보내는 조절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