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오후 산책을 나갔다가 어지러움을 느껴 벤치에 앉아 눈을 감았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 앞이 뿌옇게 어두워졌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가라앉기를 바랬다.

왜 이렇게 함들까? 겨우 몇십미터 걸었는데 이렇게 주저 앉다니.

회복은 되고 있지만 한없이 느리다.

눈을 떠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오후 5시도 되지 않았는데 태양은 은은한 빛을 뿌릴 뿐 따뜻하지 않다. 그때 들려온 음악이 바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오페라지만, 이 간주곡은 언제 들어도 평화롭고 아름답다. 내게 최고의 서양 음악이냐고 묻는다 해도 쉬이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에도 ‘어?’하는 놀라움에 곡명과 작곡가를 다시 한번 새겨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오페라 간주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이기도 한 곡이다.

눈을 감고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거의 언제나 과거의 어느 조용한 때가 마음 속에 떠오른다.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한 기억들.

지금처럼 힘든 때에는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구 사람들의 귀는 비슷한 면도 있어서 같은 앨범에서 이곡의 재생수는 다른 곡에 비해 100배가 넘는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서곡은 오페라의 시작 전에 연주되는 곡이고, 전주곡은 각 막의 앞에 붙는 곡인데 간주곡(intermezzo)은 막과 막 사이에 들어가는 음악이다. 간주곡은 비교적 그 형식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도 작곡가가 극의 핵심 부분에서 극적인 효고를 높이기 위해 집어넣는다는 점에서 뛰어난 곡이 많다.

인생의 한 막을 반강제로 접고 시작하는 지금의 내게, 소중하고 소중한 곡이다.

Similar Posts

  • |

    만화. 맛있는 관계. 사토루 모키무라

    제목이 좀 야릇한가?그렇게 생각했다면, 당신은 야한 사람.🙂 요리만화다.Satoru Makimura의 요리만화.유복한 가정에서맛있는 음식을 인생의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아빠와행복한 엄마.어느날 아빠는 죽고, 엄마는 외갓댁으로.졸지에 생고아가 된, 맛은 알지만 요리는 모르는 젊은 처자의 사랑과 음식이야기. 관련된 글: 만화. 피바다 학생작품집 1 Akiko Hatsu – 꿈 그리고 환상 26/100 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스 만화. 분노의 늑대 오나니 마스터 쿠로사와 (10/10)…

  • [그림] Ken Done. 오리지널 호주 스타일

    내가 켄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바로 이 그림, 해변으로부터의 편지였다. 그는 1940년생이니 올해로 74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생명력 넘치는  색감의 빨강, 파랑, 노랑의 오페라 하우스를 보고있노라면 절로 빛이 나는 듯 하다. 관련된 글: 만화. 맛있는 관계. 사토루 모키무라 오페라 카르멘 만화. 분노의 늑대 이영미술관에 다녀오다 상상, 그 이상 – 발랄한…

  • 건반 위의 기품 —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

    어떤 연주는 첫 음만 들어도 연주자의 태도가 느껴진다.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의 음악이 그렇다. 화려함이나 과시와는 거리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곡 전체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힘이 느껴진다. 소리를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균형감 — 그게 그녀 음악의 첫인상이다. 알리스 사라 오트는 1988년 독일 뮌헨에서 일본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독일-일본계 피아니스트다. 네 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 상상, 그 이상 – 발랄한 현대 미술

    오마이뉴스의 문화 기사. ‘남성용 변기가 ‘현대미술’의 상징이 된 이유’를 보면서 인터넷을 뒤적거린 개념을 정리해본다. 마르셀 뒤샹 : 국립현대미술과(서울관)에서 2019/04/07까지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협업하여, 마르셀 뒤샹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늦기 전에 찾아 볼 전시.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인물이고 현대 미술사 어느 유파에도 끼지 않지만 모든 유파에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2’ 다다이즘…

  • 최인훈 선생 1주기

    오늘은 최인훈 선생의 1주기다. 부끄럽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손 꼽으면서 작년 이맘 때 최인훈 선생의 영면을 알지 못했다. 홍대에서 1주기 행사가 있어 일정을 넣어 두었지만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아마 가지 못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그리고 어쩌면 조금 무리하면 할 수 있겠지만,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만 두는 일이 태반이다. 이것은 게으름인가? 관련된 글:…

  • |

    한줄이라도.

    하루에 한줄이라도 매일매일 쓰는 일은 이리 어렵다. 송골매의 좋은 노래를 발견했다.“그대는 나는”배철수의 보컬인데, 눈을 감고 고개를 치켜든 장발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은 백발이 성성한 연륜 깊은 DJ이지만, 그도 한때는 음악으로만 얘기하는 롹커였다. 나도, 작가이고 시인이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관련된 글: 아티스트에게 꼭 필요한 6가지의 습관 같은 장소에서 사계절을 담는 사진 프로젝트 매력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