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서생 (9/10)

음란서생 (9/10)

음란서생 (9/10)

‘음란’과 ‘서생’이라는 병립할 수 없는 두 단어를 나열한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유교적 엄숙주의가 극성을 피우다 못해 ‘몸’에 대한 억압으로까지 치닫던 시대에, 성 담론은 고사하고 열녀문이 무엇보다도 큰 가문의 자랑이었던 그 지랄같은 조선 시대에, 사대부 ‘서생’의 입에서 튀어나는 ‘음란’한 경망스러움이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 다르고 속 다른 조선 시대 지식인/지배 계급의 위선을 발라내는 진지한 작업은 이 영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윤서(한석규)와 정빈(김민정)의 로맨스, 체포, 심문, 탈출, 유배로 이어지는 내러티브는 오히려 이 작품의 장점인 ‘재기발랄한  장난기’를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다.
비슷한 느낌과 색을 지닌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이 그 내러티브의 무게에 눌린 것과는 달리, 끝까지 댓글이니 동영상이니 하는 장난기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이 작품을 뛰어난 경지에 올려놓았다.

ps. 뒤늦게 알았지만, 감독 김대우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였다. 김작가는 스캔들에 이어 한단계 높은 경지에 이르고 있는 듯 하다. 차기 작은 매우 기대된다.

Similar Posts

  • 매트릭스 리로디드 (10/10)

    TRIVIA Neo는 유일신 Jesus를 의미하는 One의 변형이고,Trinity는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는.Morpheus 그리스 신화의 꿈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이며, 그의 전함 Nebuchadnezzar은 성경의 바빌론 왕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페르세포네 역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딸 이름.Trinity가 발전소에 들어가 사용한 해킹툴은 Nmap version 2.54BETA25(실제의 포트 스캐닝툴)이며 그 암호는 Z10N0101이다.Zion의 평의회는 12명의 여자와 6명의 남자로 구성되어있다. 캐스팅Neo의 첫…

  • 고고 70 (4/10)

    http://www.imdb.com/title/tt1205556 클럽 닐바나와 롹 그룹 데블스가 실존했느냐 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설혹 픽션을 바탕으로 할 지라도 그것은 감독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고 따라서 이 작품을 ‘재현의 충실성’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그러나 아쉽게도 최호 감독의 전작인 사생결단, 바이준 등과 비교해보면 이 작품은 많이 처진다.노래는 잘 했지만 조승우의 연기는 뮤지컬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들떠있었고 조연들의…

  •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0/8)

    http://www.imdb.com/title/tt0421715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다시 대학생이 되면 정말 잘 할 것 같아”사실 이러한 소망은 자신의 현재가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그런 의미에서 시간이 지날 수록 어려지는 이 남자의 이야기는 극이 종반으로 치닫는 순간부터 격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현재만큼 소중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다른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 못하는 그 순간부터 그는 살아 있지만 더이상  살아있는 것이…

  • 이온 플러스 (Aeon flux) (6/10)

    related imdb : http://www.imdb.com/title/tt0402022/10년 전 부천영화제에서 본 Peter Chung의 원작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못하는 졸작.이온이 가지고 있는 ‘뇌쇄적이고 엄청난 고탄력 고무공’ 같은 캐릭터의 느낌은 전혀 살리지 못했고원작의 즐거운 상상력은 Charlize Theron의 두꺼운 허벅지에 묻혀 질식해 버렸다.그나마도 마지막 시퀀스의 여운이 좀 살아서 다행이다. ps. 원작의 느낌은 이렇다. ps. http://en.wikipedia.org/wiki/Aeon_Fluxps. Charlize Theron은 이탈리안 잡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느낌이었는데,…

  • 헤어질 결심 (10/10)

    (마침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롤랑 바르트류의) ‘해석의 무한성’에 관심이 있다면 모든 씬과 대사에서 숨은 의미를 찾고 해석하는 재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도입부에서 한동안 화면 자체가 매우 불편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 지루하기까지 했는데 그것은 정통적인 영화 문법에서 사용하지 않는 앵글과 구도 때문이었습니다. 마주보고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에서 화자와 청자의 위치가 거울을 통해 왜곡돼 기준없이…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0/10)

     http://www.imdb.com/title/tt0116005 몇 주 간에 걸친 홍상수 전작 보기가 이로써 끝났다.1996년 작이니 지금부터 18년 전이고 나는 스물 몇살의 치기 어린 작가 지망생이었다.한국 영화를 가급적 개봉 당일 극장에서 보려던 때였고, 캄캄한 극장 안에서도 영화의 모든 장면을 컷과 씬으로 분리하여 메모했었다. 감독의 의도와 숨겨진 상징, 카메라의 움직임과 조명의 변화, 배우들의 연기와 발성, 장면전환, 구도 등등.극장 안에서 나는 단 1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