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천변풍경 – 박태원

소설. 천변풍경 – 박태원

문장의 힘이 이런 것일까?
박태원의 문장들은 정결함을 넘어서 엄숙하기까지 하다.

조사하나 형용사 하나 헛되이 사용하지 않는 냉정한 자세는
참으로 오래간만에
진짜 작가를 만난 기쁨을 안겨준다.

1936년도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의 감성에도 하나 뒤쳐지지 않는 것이, 외려, 현대 소설보다 치열한 기운이 은근한 떨림을 준다.
청계천 주변의 풍경을 나열하는 것이 주된 구성이나 인물에 무게를 싣지 않고도 인물이 살아나는 정밀한 작법은 현대 소설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든 신선한 수법이다.

아래는 청상 과부가 딸을 시집보내는 장면.

이 어리석은 장모는, 행여나, 사위가, 귀여운 내 딸을 사랑하지 않는 일이 있을까, 그것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마음에 생각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 … …
참말이지, 그는 사위에게 얼마든지 할 말이 있었다. 그러나, 그중의 단 한마디를 하기 위하여 잠시 입을 열더라도, 터져나올 것은 틀림없이 울음일 것이다.

이쁜이 어머니는, 그러나, 그러한 말을, 오직, 자기의 마음속에서만 해보았을 그뿐이다. 그는 침을 삼키고, 눈물에 어린 눈을 들어, 이제 딸이 가지고 갈 세간을 둘러보았다.
머릿장에, 인조견 금침에, 선채받은 함에, 경대에, 반짇고리에……
암만을 장하게 차려준들, 어머니 마음에 흡족하다 할 날이 있으랴만, 몇 번을 둘러보아, 이쁜이 어머니는 새삼스러이, 너무나 가난한 자기 신세가 애달팠다.
‘허지만, 이쁜아, 에미를, 결코, 섭섭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이게 네 에미가 그저 있는 힘을 다해서 마련해논 게 아니냐……’
그는, 아무리 참으려 해도 울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아, 좀더 그곳에 앉아 있지 못하고, 방을 나왔다. 경삿날, 남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부엌에 들어가서, 손을 들어 코를 풀고, 치맛자락으로 눈을 씻었을 때, 동리 아이가 뛰어들어오며 큰길에 자동차가 왔다고 소리쳤다.

‘이제 가면, 네가 언제나 또 온단 말이냐? ……’
딸이 이제 영영 돌아오지 못하기나 하는 것 같이, 그는 막 자동차에 오르려는 딸에게 달려들어,
“이쁜아.”
한마디 불렀으나, 다음은 목이 메어, 얼마를 벙하니 딸의 옆얼굴만 바라보다가, 그러한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줄 턱 없는 운전수가, 재촉하는 경적을 두어 번 울렸을 때, 그는 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모든 걸, 정신 채려, 조심해서, 해라…”

ps. 살 풍경한 청계천의 복원을, 이 소설에 흘러 넘치는 생명력에 빗대어 제대로 집어보고 싶었으나, 박태원의 힘에 눌려 의욕 상실.

ps.2. 청계천은 복원되어야 했으나, 지금처럼은 아니다. 치료가 필요한 나뭇가지, 그것을 잘라내는 것은 최악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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