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요즘 젊은 작가들의 관심사를 훑어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만, 젊은 작가 모두가 이런 주제의 글을 쓰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젠더와 퀴어, 톡립 영화 등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인간의 관심사는 아주 많으므로 작가들은 그런 다양성을 포용하고 독자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많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특히나 서이제의 ‘0%를 향하여’와 한정현의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은 글을 끝까지 읽을 수 없을만큼 작위적이고 자의적이었습니다. 밀가루 냄새가 풀풀 나는 익지 않은 쿠키 같다고 할까요? 조사한 자료들이 글에 녹아들지 못하고 날 것 그대로의 이질감을 풍기며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상을 수상한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근 몇년 동안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소재로 현실감 넘치는 글을 썼고 그보다 좋았던 점은 문학의 탈을 쓰고 권력을 휘두르는 장 피에르의 모습이 사실 현실에 더 많이 존재함을 인식시켜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장 피에르는 미술가이기도 하고 정치가이기도 하고 언론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근묵자흑, 경계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경계하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고 알면서 실천하는 못하는 사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던 작던 장피에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김혜진의 ‘목화 멘션’이었습니다. 최근에 감상한 다큐멘터리 ‘나의 집은 어디인가‘와도 맥락이 닿아있어 더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사람의 속마음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힘차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역시 소설은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게 좋군요.

Similar Posts

  • |

    임성근의 한끗 쉬운 김치, 장아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계량’과 ‘효율성’이다. 전통 방식의 김치 담그기가 막연한 ‘적당히’와 ‘손맛’에 의존했다면, 저자는 누구나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황금 비율을 제시한다. 하지만 흑백요리사에서는 계량하지 않고 요리하던데?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사계절 제철 채소를 활용한 장아찌 파트였다. 보관법부터 실패하지 않는 절임장 비율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단순한 레시피 북을 넘어선 ‘주방의 지침서’…

  • 화려한 휴가 (-/10)

    전두환을 처벌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은 앞으로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햐 한다. 사람을 죽이면 댓가를 치뤄야 하고 반드시 그 핏값을 받아 죽인 사람의 수만큼, 그 수가 몇십, 몇백을 넘어 몇천이라도 역사에 새겨두어야 한다. 이게 민주주의가 먹고 자라는 피다. 전두환을 처단하라. 관련된 글: 군도 (3/10) 하류인생 (5/10) 돈 (4/10) 콜 (4/10) 기적…

  • |

    설국, 그와 무관한 싱글 소설에 대한 단상

    바나나의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를 하루 반만에 끝내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시작했다. 참고로 바나나 소설집의 후반부 몇작품은 매우 수준 낮은 작품들로 채워져서 시간낭비를 하는 느낌이 들 지경이었고, 글을 짜낸 티가 역력하여 글 쓴이와 읽는 이의 피곤함이 극에 달한다. 그 즈음에 소설 책도 음반처럼 싱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이른바 싱글 소설소설 13여개가 8000원이니까, 그 10쪽짜리…

  • 산문.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

    가구, 옷, 식기 등 소유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정말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일본에서는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단샤리’라고도 하고요. 소유물이 그 사람의 삶을 대신하지 않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게 효율적이라는 데 크게 동감하며 읽고 있는 책입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물건을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남기고서 홀가분하게 사는 라이프 스타일 제게 심플한 생활이란 물건을 전부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 시집.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ㅐ최근 몇 년은 책을 많이 읽지 못했고 특히 시집은 일년간 열권도 읽지 못했습니다. 지난 번 김승희의 시를 읽으면서 새로운 시인과 시구를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다시 알게 됐습니다. 박형준과 이장욱이 엮은 시집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입니다. 시 ‘가구의 힘’과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를 통해 박형준 시인은 제가 손에 꼽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박형준…

  • |

    소설.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를 충동구입했다.첫 작품집 키친. 지난 주 헤르만 헤세를 읽느라 힘들었다. 그 우울하고 창백한 자기 성찰이라니. 덕분에 특별하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를 이름이 가볍다는 이유로 골랐다. 태풍이 올라오며 날이 흐리다. 관련된 글: 소설. 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설국, 그와 무관한 싱글 소설에 대한 단상 소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