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웃는 남자

나는 이해한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이해한다는 말은 복잡한 맥락을 무시한 채 편리하고도 단순하게 그것을, 혹은 너를 바라보고 있다는 무신경한 자백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역시 남들처럼 습관적으로 아니면 다른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그 말을 할 때가 있었고 그러고 나면 낭패해 고개를 숙이곤 했다.

– 웃는 남자. 황정은

Similar Posts

  • 산문, 4/100 강의

    강의신영복 지음/돌베개 나는 작가에게 존칭을 붙이지 않는다. 그것은 독자와 작가의 이상적인 관계가 결국은 작가가 만든 text로 최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외도 있는데 작가의 일상과 삶이 매우 실천적이고 긍정적일때 나는 기꺼이 그에게 선생이라는 칭호를 붙이곤 한다. 신영복 선생도 그렇다. ‘강의’는 동양 고전 철학 입문용으로는 최고의 텍스트이다. 동양 고전철학이 인, 의, 예, 충,…

  •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서정주)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라고 서정주가 얘기한 적 있다. 예전 같으면, 독기를 품고 ‘쓰레기’라고 욕했을 것이다. …요새는 좀 다른데, 아무래도 나이탓인가 보다. ‘그 인간은 역겨우나, 표현은 참 멋들어진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친일 행각 뿐만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독재정권에 대해서도 끝없이 찬양을 이어가는 역사적 과오를 범했다. 문학적 업적과 별개로 이는 누구도…

  • [옮겨둠] 대접

    [백영옥의 말과 글] [45] 대접과 대접받음 백영옥 소설가입력 2018.05.05 03:12 시인 바이런은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자고 일어나니 나락으로 떨어진 이도 많다. 수많은 미투 운동의 가해자가 그렇고, 갑질 가해자가 그랬다. 한 가족의 갑질 녹취 파일로 세상이 시끄럽다. 사람들은 대개 얼마간 굴종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것이 나와 가족의 따뜻한 밥 한 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뉴스를…

  • (미치도록 쉬운) 기타 연주곡집

    노래를 부르면 즐거워질까 해서, 기타를 꺼내 다시 조율했습니다. 요즘은 튜닝기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정밀한 조율이 가능하더군요. 연주프로그램이나 소셜 기능이 엮인 앱들도 많았고요. 3/4박자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딩딩딩 하며 기타를 배우던 시절은 이미 오랜 전설이겠습니다. 조율 하다가 줄이 끊어져서 다시 주문을 하고 책을 빌려왔습니다. 예전에 부르던 노래는 많이 없지만 그래도 절반쯤은 흥얼거릴 수 있었습니다. 손가락은…

  • 소설. 11/100 푸른 비상구. 이시다 이라

    다시 이시다 이라.“…뭐야 이건, 이렇게 밝은 세상 따위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 라는 반감이 들만큼 노골적인 happy ending의 단편소설들이다. 친한 친구가 광인에 의해 살해된 초등학생 간타,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히키코모리가 되버린 유고,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기요토, 어느 날 부터 들리지 않게 된 소년 유타, 남편을 잃고 실의에 빠진 사야, 악성 종양을 앓는 아들의 어머니…

  • 소설. 5/100 심플플랜 (스콧 스미스)

    심플 플랜 –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비채 지금도 그렇겠지만,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그것이 이야기가 될 법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짤막하게 줄여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반응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심플플랜은 그런 면에서 합격이다. 이야기를 간단히 줄이면 “어느 겨울,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추락한 경비행기를 발견한다. 나와 형, 형친구, 세 남자는 그곳에서 우연히 400만불을 손에 넣는다. 여름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