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씽 (6/10)

와일드씽 (6/10)

와일드씽 (6/10)

몇몇 장면에서는 분명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그 웃음들 사이의 간격이 너무 길었다. 전반적으로 느슨하고, 솔직히 지루한 순간들이 더 많았다.

영화는 우리의 삶에 3번의 기회는 너무 적다고, 수십 번쯤은 있어야 하지 않냐고 말한다.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본의 세습은 이미 학습의 세습과 차별로 이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의 기회를 갖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영화가 던지는 위로가 어딘가 공허하게 느껴진 건 그래서였다.

그럼에도, 젊음은 그 자체로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히 느꼈다.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 전성기 시절 트라이앵글이 뿜어내던 그 아름다움은 그들이 성공해서가 아니라, 그저 젊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나 성취와 무관하게, 젊음이라는 시절 자체가 가진 광채가 있다.

영화는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으나 의문의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다시 뭉쳐 재기를 노리는 과정을 그린다. 부분 염색에 헤어밴드까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특유의 Y2K 아이돌 스타일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내서 보는 내내 추억이 돋았다.

무엇보다 톱배우들의 파격적인 ‘망가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다. 늘 멋진 역할만 해오던 강동원이 생계형 방송인 리더로, 묵직한 연기로 익숙한 엄태구가 실력은 없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안 지는 폭풍 래퍼로 변신해서 웃음을 준다. 평소 이미지를 생각하면 더 크게 웃게 되는 캐스팅이다.

이 영화의 신스틸러는 단연 오정세와 신하균이다. 트라이앵글의 라이벌이자 만년 2위 발라드 가수 최성곤을 연기한 오정세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영화 전체의 텐션을 끌어올리고, 진지하게 부르는 수능 금지곡 스타일의 발라드 “니가 좋아”는 그 자체로 이 영화의 치트키라 부를 만하다. 특별출연한 신하균 역시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복잡한 메시지도, 머리 아픈 장치도 없다. 황당하게 꼬이는 상황 속에서 정직하고 무해한 웃음을 주는, 편안한 팝콘 무비다. 느슨한 전개를 견딜 수 있다면, 부담 없이 한 시간 반쯤 웃고 나올 수 있는 영화다.


Posted

in

by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