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로리안과 그로구 – 익숙함이 주는 위로 (5/10)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 익숙함이 주는 위로 (5/10)

스타워즈를 좋아하게 된 건 아마 그 세계가 무언가를 쉽게 단정짓지 않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경계는 흐릿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고, 증오와 사랑은 같은 감정의 다른 얼굴처럼 맞닿아 있다. 규정하기를 싫어하는 내게, 스타워즈의 그 열린 세계관은 오래도록 편안한 피난처였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 익숙함이 주는 위로 (5/10)

특히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각별하다. 시즌 1부터 3까지, 나는 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에피소드들에서 만도의 과묵한 등과 그로구의 작은 귀가 어떤 날에는 진짜 위로가 됐다. 그러니 극장판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주말 저녁을 기꺼이 바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만난 건, 익숙함이었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그로구는 여전히 귀엽고, 만도는 여전히 쿨하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본 시고니 위버는 인자하게 나이 들어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괜히 반가웠다. 하지만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그 빈틈없는 서사의 밀도는 어디로 갔는지, 영화는 에피소드 두어 개를 느슨하게 묶어놓은 것 같은 인상이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실망이겠지만, 나는 새로운 걸 기대했던 걸까, 그냥 다시 보고 싶었던 걸까.

만도가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시퀀스에서는 솔직히 약간 졸렸다. 그 장면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겠는데, 이미 세 시즌 동안 충분히 봐온 그의 회복이었다. 익숙함이 지루함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면 아마 거기였다.

그럼에도 극장을 나오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래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냥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런 시간. 어쩌면 내가 원한 건 처음부터 그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팬심이란 결국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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