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Hidden Blade, 2023) (7/10)

무명 (Hidden Blade, 2023) (7/10)

무명 (Hidden Blade, 2023) (7/10)

무명 (Hidden Blade, 2023)

양조위의 얼굴에 이끌려 시작한 영화였다. 그런데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머릿속에 더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 왕이보였다. 젊고 잘 생겼다. 그러나 양조위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영상미만큼은 타협이 없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영상미다. 배우들의 얼굴을 따라 굴곡지는 섬세한 조명,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꽉 찬 구도. 꽉 차 있다고 했지만, 어떤 씬들은 오히려 여백으로 가득 차 관객의 감정을 조용히 채워오기도 한다. 흑백으로, 광각으로, 때로는 오래된 필름 감성으로—마치 한 편의 사진전을 둘러보는 것 같다. 지루한 구도가 거의 없다.

‘색, 계’와 ‘화양연화’의 의상팀, 그리고 뛰어난 촬영감독이 참여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화면 곳곳에서 느껴진다. 양조위의 정장과 담배, 그 위로 드리우는 느와르풍 조명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다.

서사는 단순하지만, 편집은 난잡하다

기본 서사는 사실 단순하다. 일본 점령 하의 상하이, 공산당 비밀 공작원들의 이중 생활—누가 진짜 아군인지를 관객이 추적해가는 구조다. 문제는 1938년, 1941년, 1945년을 종횡무진 오가는 교차 편집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초반부는 꽤 혼란스럽고 다소 난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기본 흐름 자체가 직선적이라, 넋 놓고 보고 있어도 중반부쯤 되면 대강의 맥락이 잡히기 시작한다.

한국판 리메이크도 가능하지 않을까

흥미로웠던 건, 이 영화의 정서가 낯설지 않다는 점이었다. 중국 역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피해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친일 부역자와 변절자에 대한 분노가 사회 저변에 깊이 깔려 있다. 난징 대학살, 731부대의 생체실험—우리에게도 익숙한 역사의 상처들이 이 영화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무고한 중국인들을 시멘트로 생매장하는 일본군의 만행 시퀀스는 실로 끔찍하다. 한국을 배경으로 리메이크해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명’은 영상 한 컷 한 컷은 아름답지만 전체로서의 무게감은 다소 아쉬운 영화다. 만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크푸드도 아닌, 매우 멋지게 플레이팅 했지만 어중간한 맛이 난다. 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Similar Posts

  • 황후화 (Curse of the Golden Flower) (10/10)

    http://www.imdb.com/title/tt0473444/  태자와 계모가 통정하고 있고, 태자의 연인은 생모의 이복 동생이더라. 마치 한국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지독하게 상투적인 플롯이지만 유려하고 인상적인 영상미 덕에 지루하지 않다.장예모의 색은 화려하다. 효과적으로 화려하다.색과 구도가 단순한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내러티브의 흐름에 따라 동조되고 있으며 그런 일체감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황금색 손수건, 노랑색 국화에 흘러내리는 붉은 피, 흑색 복면의 무사와 진홍색 복면의…

  • after the sunset (5/10)

    related imdb : http://imdb.com/title/tt0367479/Woody is a good actor with heavy personality. 관련된 글: 매트릭스 레볼루션 (10./10) 반 헬싱 (6/10) Batman Begins (6/10) 잘 알지도 못하면서 (9/10) 1987 (9/10) 몬티 파이선과 성배 (10/10) 더 랍스터 (10/10) 산부인과

  • 프리다 (8/10)

    좋은 영화다. 현대 미술의 그로테스크한 단면을 스크린에 옮기기란 그리 쉽지 않았을텐데,개성적인 특수효과와 강렬한 남미의 원색으로 그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 데킬라, 마야문명과 아즈텍문명, 혁명의 과도기, 레온 트로츠키와 공산당 선언.그리고 현재 마르코스와 사파티스타.이정도면 멕시코도 충분히 매력적인 나라가 아닌가? 멕시코의 매력에 이제 프리다가 추가된다.빨간색을 좋아하는가? 삶이 뭔가 진지하고 무거운 것은 절대 아니라고 확신하는가? 무엇보다도 사랑이 인간을 구원할…

  • 송 원 (6/10)

    추천하지 않습니다. 앤 헤서웨이를 보고 감상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기대한 대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쳤지만 음악이 나오지 않는 씬들은 몹시 지루하고 설득력이 없어서 그녀의 매력도 빛이 바랬습니다. 관련된 글: 스쿨 오브 락 (9/10) 메탈로드 (8/10) 라디오스타 (8/10) Searching (2018) 서치 (9/10) 잭 리처 네버 고 백 (7/10)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4/10) 라라랜드 (10/10) 더 배트맨 (10/10)

  • 태풍 (1/10)

    씬의 가슴에 새겨진 tatoo, 그 외에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관련된 글: 목격자 People I know (7/10) 스파이더맨2 (9/10) 우리 형 (5/10) 이온 플러스 (Aeon flux) (6/10) lord of the G-strings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2/10) 스쿨 오브 락 (9/10)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2023) — 빔 벤더스 (8/10)

  • Mr.로빈 꼬시기 (4/10)

    http://www.imdb.com/title/tt0928154 이 영화는 헐리우드 스타일을 체화하고 있는 감독과 이미 그것에 충분히 길들여진 관객을 위해, 의도하지 않았지만 헐리우드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다.‘사랑의 진정성’은 본질적으로는 중요한 논제이지만 영화는 (그것을 소재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위에 접근해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재기 발랄한 연애담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다니엘 헤니는 잘 생겼다, 좋은 배우는 아니다. 그런데도 영화의 기본 얼개가 그에게 맞춰져 있다. 관련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