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6/10)

마이클 (6/10)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 카세트테잎은 마이클 잭슨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이었다. 이제 막 빌보드 차트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아가던 시절, MJ의 음악은 그때까지 들어본 어떤 음악과도 달랐다. 팔등신의 늘씬한 체형, 처음 보는 춤, 처음 듣는 박자와 호흡. 나는 그 테잎이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그가 네버랜드라 이름 붙인 거대한 저택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이번엔 그의 친조카 자파 잭슨의 몸을 빌려 스크린 위에서 다시 한번 환생했다.

마이클 (6/10)

‘안전한’ 전기 영화가 선택한 것

영화는 잭슨 파이브 시절의 초기 모습부터 80년대 후반 ‘Bad’ 앨범 발매 이후 정점에 달했던 전성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마이클의 친조카인 자파 잭슨은 이 화려하면서도 매우 ‘안전한’ 전기 영화에서 그를 설득력 있게 연기해 낸다.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답게, 이번에도 고인의 유산을 보호하려는 인상이 짙게 풍긴다. 인생 후반기를 뒤흔들었던 법적 공방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는데, 이는 사실 고인이 생전에 맺은 법적 합의의 판결 조항 때문에 애초부터 다룰 수 없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대신 이 영화가 우리에게 건네는 것은 초기 솔로 음반들이 주었던 그 짜릿함의 재현, 아버지 조 잭슨(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콜먼 도밍고가 맡았다)의 강압적인 존재감, 그리고 큰 스크린으로 볼 때 비로소 제맛인 화려한 무대 연출 장면들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통해 그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재능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 외에 새로운 인간적 면모를 알게 되었느냐고 묻는다면—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은 없다.

완벽하게 재현된 무대, 그 이면의 고독

자파 잭슨은 마이클 특유의 걸음걸이와 제스처, 폭발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재현해 낸다. 무대 위에서는 완벽주의자였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한없이 고독하고 불안했던 마이클의 양면성도 설득력 있게 소화해 냈다.

이번에 CGV 스크린엑스라는 상영관을 처음 가봤다. 가로로 긴 화면이 양쪽 벽면까지 펼쳐지는 방식인데, 솔직히 말하면 아이맥스관을 지을 공간은 없고 돈은 더 받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그닥 볼품없는 포맷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다만 공연 신이 유독 많은 이 영화에서는 마치 콘서트장 한가운데 와 있는 듯한 체감을 줘서, 그나마 이 작품과는 궁합이 나쁘지 않았다.

몰랐던 유년기, 그리고 동물에게 구한 애정

마이클의 유년기에 그렇게 깊은 상처가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훈육 방식, 그리고 그로 인해 평생 안고 살아야 했던 정서적 트라우마와 가족에 대한 책임감 사이의 갈등. 아버지의 학대와 강압 속에서 그는 결국 사람보다—정확히는 탐욕스러운 어른들보다—언제나 정직한 동물들에게서 애정을 구하게 되었다.

어두운 유년기와 데뷔, 그리고 사상 초유의 성공을 거둔 ‘Thriller’ 앨범까지. 거기까지는 관객으로서 그저 그의 춤과 음악을 즐기면 되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영화는 갑작스럽게 끝나버린다.

아동 성추행 의혹, 결혼과 이혼, 약물 중독, 성형 중독 등 대중이 가십으로 소비했던 이야기들—대부분은 사실이 아니었거나 결국 무혐의로 끝난 일들—은 다뤄지지 않는다. 천재이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졌고, 누구보다도 성공한 사람조차 죽음에 이를 만큼 우울할 수 있다는 사실. 삶은 길지 않다.

‘보헤미안 랩소디’나 ‘엘비스’가 그랬듯, ‘마이클’ 역시 새로운 폭로나 진실을 밝혀내기보다는 레전드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기획된 ‘주크박스 전기 영화’다. 여전히 그를 음악의 신으로 추앙하는 팬이라면 대단히 열광할 것이고, 특별히 팬이 아니었던 관객조차 어느새 그의 히트곡을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극장을 나서며 흥얼거린 건 결국 그 늘어질 때까지 들었던 첫 카세트테잎 속 멜로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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